STX, 마산시와 공장건설 협약은 체결했지만…

"지난 2년여 동안 끌어왔는데 또다시 26개 항의 단서가 붙은 협약서를 체결하니 공장을 지을 수도 없고 안 지을 수도 없고….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 설립에 나서기는 하지만 앞으로 반대 주민들이 공사 현장에 드러눕고 하면 기업 이미지만 나빠질 텐데 걱정입니다."

마산시와 STX중공업,공장 유치에 찬성하는 수정마을 지역주민 대표로 구성된 3자는 15일 마산시청 3층 상황실에서 '수정지구 일반산업단지 개발 관련 협약서'를 체결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2년여 동안 끌어온 STX중공업 조선기자재 공장을 짓기로 확정했지만 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반대 주민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상당수 주민들은 공장 유치 찬성 쪽으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일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날 협약식도 오는 30일까지 반대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을 전제로 체결됐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STX중공업의 고위 관계자는 "비록 협약식을 체결하긴 했지만 공장 유치 확정이라고 부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며 "반대 주민과 환경단체 등 걸림돌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공사장 진입로가 2차선인데 거기서 반대 데모를 하고 이 와중에 물리적 충돌까지 생기면 STX중공업으로서는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5000명의 일자리에 경제적 효과 5000억원 창출 등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 사업을 벌이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하니 정말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3자가 체결한 협약서에는 수정마을 발전기금 80억원 지원과 환경오염 저감 대책 방안,이주 희망가구 전원 이주 보상,트라피스트 수녀원 이전 등 26개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반대 주민과 환경단체 설득 외 STX중공업이 공장을 가동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법적 문제도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달 29일 경남도지사를 상대로 '수정지구 공유수면 매립지 목적변경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수정마을 주민대책위원회(반대파)는 지난 6일 공장 유치를 주장하는 수정발전위원회 김모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반면 공장유치 찬성파는 시민들을 상대로 공장 입주 찬성 여부를 묻는 서명 운동을 벌여 찬성표를 확보하는 등 찬성파와 반대파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립목적 변경도 마무리 짓고 공장가동 절차를 신속히 밟아야 한다.

그동안 기업으로 볼 때는 8개월 동안 공장 공사를 중단해 넘쳐나는 선박 오더 물량을 소화하지 못함으로써 오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신청한 매립목적 변경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에야 '조건부 승인'이 났다.

그나마 매립목적 변경의 타당성 여부는 최종적으로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새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도 반하는 행정절차 지연은 업체와 주민들 간 협상 기회를 박탈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여성단체를 비롯한 마산 시민들은 STX중공업 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일부 반대 주민과 환경단체를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마산YWCA 등 22개 지역 여성단체로 구성된 마산시 여성단체협의회 회원들과 수정마을 여성회원들은 사흘 만에 11만명의 시민에게서 공장유치 찬성 서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마산시도 현장에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을 만들고 주민 설득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반대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결국 STX중공업의 공장 설립은 마산시가 오는 30일까지 반대 주민들을 제대로 설득해 찬성 쪽으로 돌아서게 하느냐 여부로 판가름 나게 됐다.

마산=김태현ㆍ안재석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