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위원장으로 열심히 하겠다"..연수연기 해석낳아

이명박 정부의 핵심실세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15일 총선 낙선 이후 한 달 여만에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낙선 후 은평구 구산동 자택과 지리산에서 철저히 은둔 생활을 해오다 하산 다음날인 지난 11일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려 대중과의 소통을 재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이날 이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생 법안 처리에 힘을 보태며 17대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이 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원내 활동을 재개한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와야 (회의) 성원이 된다고 해서 왔다"면서 "5월말까지 17대 의원으로서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그는 "6월1일부터는 낙선 위원장으로서 지역구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혀 미묘한 정치적 해석을 낳았다.

그는 이달 말 국회의원 임기 종료와 함께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으로 연수를 떠날 계획을 세워놓은 만큼, 6월부터 지역구 원외 당협위원장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이날 발언이 혹시 연수를 포기하거나 최소한 연기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온 것.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내 말은 정치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미국은 가지"라고 답해 일단 미국 연수 계획을 처음으로 직접 확인했다.

일단 미국 연수를 가려는 뜻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
그러나 그가 연수 시기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다.

결국 5월말이 아닌 7월 전당대회 이후 연수를 가려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이 여전히 유효한 셈이다.

이 같은 관측은 이 의원이 7월 전당대회에 직접 출마는 하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비롯됐다.

주류측 `원로그룹'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박희태 의원의 당권 대항마로 안상수 원내대표를 밀고 있는 게 이 의원이란 설도 나온다.

이 의원은 다른 당내 현안에 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친박(親朴) 복당 문제에 대해선 "내가 끼어들 사안이 아니다"고 했고, 향후 역할론에 대해서도 논어에 나오는 `부재기위 불모기정(不在其位 不謨其政. 그 직위에 있지 않거든 그 자리의 정사를 논하지 말라)'이란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당과 정부에 대해 "집권 두달이 넘었는데 당과 정부가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모두 일체가 돼서 정부의 의지와 대통령의 뜻을 잘 알 수 있도록 당과 정부가 합심해 대처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