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라슨은 지난해까지 월가 최악의 실패자였다.

지난해 7월 자신이 운용하던 헤지펀드 소우드캐피털은 신용경색 여파로 15억달러의 돈을 날린 후 문을 닫았다.

그랬던 라슨이 최근 새로운 펀드를 띄웠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는 재기의 변에 투자자들은 의외로 선뜻 지갑을 열었다.

이처럼 실패한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밝혔다.

대형 펀드 운영회사인 드레이크 매니지먼트는 최근 막대한 손실 끝에 25억달러에 이르는 자사 최대 헤지펀드를 청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들이 새로 출범시키는 펀드에 총 8억달러의 자금을 내놓은 상태다.

이번 펀드 파산으로 손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수수료를 대폭 깎아주겠다는 조건도 투자자들을 움직였다.

대니얼 즈원은 자신의 헤지펀드가 파산한 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이 펀드를 새로 설립할 경우 자금을 내놓겠다고 밝혀와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2년 전 내부자 정보이용 혐의로 130만달러의 벌금을 물었던 영국의 필립 자브레(사진)는 지난해 35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설립하며 화려하게 재기했다.

이같이 월가의 엄격한 실적주의도 헤지펀드들은 비껴가는 모습이다.

RGC캐피털의 켄 필립스는 "골프에서 샷을 실수하면 다시 칠 수 있도록 해주는 '멀리건'법칙이 헤지펀드 업계에서도 통한다"고 말했다.

WSJ는 투자자들이 실패한 매니저에게 몰리는 것은 '실패를 통해 특별한 경험과 교훈을 쌓았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글스뷰 애셋의 닐 버거 매니저는 "투자자들은 작은 수익보다는 차라리 큰 손해를 기록한 매니저가 앞으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번개가 같은 곳을 두 번 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