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일반 노동자들은 두바이에서 월급으로 주택 임대료를 내면 빠듯해요."

두바이 현지에서 탑승한 택시의 인도 출신 운전사 바라키 폴씨(53)는 손을 내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시내 외곽에서 침대 1개짜리 원룸에서 살고 있다.

월 임대료는 800디람(AED).

1디람이 270원 수준이므로 환산하면 약 22만원.

월급 700달러에서 본국에 매달 송금하는 400달러를 제외하면 그의 한 달 생활비는 300달러(약 30만원).

계산대로라면 생활비의 70% 이상을 임대료로만 내야 하는 셈이다.

이를 감당할 수 없어 그는 회사 동료 3명과 200디람씩을 각각 부담하며 원룸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폴씨는 "돈벌기도 힘든데다 사는 것도 너무 불편하다"며 "다음 달이면 인도로 돌아가 원래하던 농사일이나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1일 두바이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두바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인구 증가로 신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지난해 주택 공급이 원활치 못했기 때문이다.

두바이의 빌딩 밀집지역인 비즈니스베이와 아파트 밀집지역인 컬처빌리지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 1년간 20~30% 올랐다.

국내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루티즈코리아는 2006년 10월 비즈니스베이의 '제미나이' 빌딩의 사무실 10여개를 한국 투자자들에게 분양받도록 중개했다.

당시 분양가는 92㎡(28평)짜리가 3억3000만~3억4000만원이었지만 현재는 4억3000만~4억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 루티즈코리아의 설명이다.

1년반 만에 30%(1억원)가량 오른 셈이다.

한국의 반도건설이 비즈니스베이에서 2006년 10월 3.3㎡당 1100만∼1300만원에 외국인(3분의2 물량).내국인(3분의1)에게 각각 분양했던 주상복합 '유보라'(2009년 6월 입주)는 최고 38% 오른 1400만~1800만원, 성원건설이 컬처빌리지에서 지난해 12월 3.3㎡당 1500만원에 분양했던 아파트 '상떼뷰'(2010년 9월 입주)는 20% 상승한 18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현지에서 부동산 중개업체 '밸류홈즈'를 운영하고 있는 라케시 보라 대표(인도인)는 "부동산 수요가 많아 업체들이 분양광고를 떠들썩하게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기존에 자신들이 분양했던 아파트나 오피스를 다시 사들여 보다 높은 값에 되파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임대료도 상승세다.

두바이 정부에서는 임대료 급등을 막기 위해 2006년 말부터 7% 이상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는 상한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하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박창표 성원건설 중동지역본부 사장은 "그러다보니 집주인들이 계약 만료 수개월 전에 '우리 식구가 입주해야 한다'며 세입자에게 나가라고 요구하곤 한다"고 전했다.

두바이에는 2005년부터 매년 10만명 안팎의 인구가 증가,연 3만~4만가구의 주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인 EGF헤르메스에 따르면 두바이 주택 공급은 원자재값 상승으로 지난해 2만5000가구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두바이 부동산 가격 강세는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부터는 공급이 지난해 지연된 물량까지 겹쳐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서다.

EGF헤르메스는 두바이 주택 공급이 올해에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6만4000가구,내년에는 6만8000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두바이 빌딩과 아파트들은 분양은 잘 되지만 곳곳에 빈 건물이 눈에 띄는 등 최근 들어 실제 입주율은 높지 않아 향후 공급 과잉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루티즈코리아 관계자는 "두바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 늦어도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2010년부터 꺾일 전망"이라며 "루티즈코리아도 올해 이후 두바이에 부동산 투자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두바이=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