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을 내세운 지방화전략은 노무현 정부의 국정목표 중 하나였다.

경제력 집중만이 아니라 정치와 권력,대학과 인력,문화와 유행 등 모든 면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가 커진다는 지적은 의미 있는 문제제기였다.

개방과 세계화로 인해 방치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우려는 지금도 유효하다.

방법이 문제일 뿐,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우리 시대의 과제다.

지방도 수도권처럼 발전시키자는 주장은 '정치공학' 측면에서도 효과를 낼 만했다.

2003년 지방화 프로그램이 제시됐을 때,바로 다음 해 17대 총선과 그 이후 지방선거까지 의식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방화 프로그램에는 힘도 실렸다.

행정수도와 기업도시가 나왔고,지금 초대형 현안으로 다시 부각 중인 혁신도시의 밑그림도 마련됐다.

균형발전이라는 이상은 누구도 시비 걸기 어려웠다.

문제는 현실이었다.

참여정부 내내 실세였던 Q씨의 회고."지방의 대학을 활용해 지역경제부터 활성화하려 했다.

대학이 좋은 프로젝트를 가져오면 지방대학 쪽에 예산을 전폭 지원한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그런데 '이거 되겠다'싶은 좋은 아이디어는 대개 수도권 대학에서 내니 속상하기도 했고,심지어 얄미울 정도였다." 예컨대 대학부지 중 일부를 뚝 잘라 벤처기업에 무상 임대한 뒤 산학 공동 연구로 상품화에 성공하면 이익을 나누고 졸업생도 취직시키는 식의 그럴 듯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연구예산을 요청한 곳은 수도권 대학이었다.

정작 지원해주고 싶은 지방대학은 무기력했다.

유사업무를 한 X씨는 "지방언론에도 처음엔 적지 않은 기대를 했는데,의제 개발과 주도를 제대로 못하더라"고 했다.

지방별 특성화 사업이나 비전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중앙정부 예산을 받아가게끔 유도하고 싶었는데 기대처럼 안 돼 답답했다고 했다.

게다가 지자체는 야당이 장악한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지방 기업들과 관계가 각별했던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지방화 전략을 이행할 주체가 지방에 없었다.

혁신도시는 이런 상황에서 본격화됐다.

중앙정부 주도로 만만한 공기업들을 대거 보내기로 한 것이다.

청와대나 중앙의 부처가 안 나서면 지방화라는 목표는 구호로만 그치게 될 지경이 되다보니 가시적인 성과도 필요했다.

더구나 가만히 있으면 파주의 LG LCD공장 건설처럼 참여정부로서는 썩 내키지 않았던 수도권 사업만 진행될지 모른다는 절실함이 당시 정책입안자들에겐 있었다.

LCD공장만 해도 경기도-파주시 연합팀이 경북도-구미시에 완승을 거둔 것이었다.

수도권이 유치전에서 일방적으로 지방을 이긴 게임이었다.

그래서 혁신도시는 서둘러졌고 대못질이라고 불렸던 공사도 이뤄졌다.

최근 대통령과 시도지사 회의를 거치면서 혁신도시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민영화라는 변수까지 생겼으니 혁신도시 건설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지방과 수도권 간 대립구도를 만들기 딱 좋을 사안이라는 점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들과 미리미리 매우 정교하게 조율해나가지 않으면 미국 쇠고기파동 못지않게 큰 갈등거리가 될 수 있다.

그 뒤에는 대운하 문제까지 있어 안 그래도 잠재적 갈등 현안은많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