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되면서 그동안 말도 많던 공기업(公企業) 기관장 인사의 윤곽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12개 금융 공기업 가운데 4곳을 제외하고 모두 교체한다는 재신임 결과를 내놨다.

사실상의 물갈이로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이에 따라 앞으로 다른 공기업 기관장들의 교체 역시 본격화되면서 공기업 개혁작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앞서 엊그제 기획재정부가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인사원칙과 절차를 밝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대형 공기업,연ㆍ기금 관련기관, 민간과 경쟁하는 공기업, 기관장의 전문성이 필요한 기관 등 네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90여개 공공기관에 대해선 반드시 민간전문가를 임명하고,공모(公募)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낙하산 인사를 방지하는 동시에 그동안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던 공모제를 실질적으로 활성화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인사원칙과 절차가 정해졌다면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공기업 인사를 매듭짓는 게 좋다.

여기서 일일이 거론할 필요도 없이 상당수 공기업들이 인사태풍이 휘말리면서 사실상 업무를 놓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한마디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공기업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인사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사실 늦은 것이다.

기관에 따라 일부 사정이 다를 수도 있지만 법에 따른 공모절차 등을 거쳐 새로운 기관장이 선임되기까지는 빨라도 한 달이 걸린다.

자칫 재공모를 해야 할 상황이 초래되면 더 길어질 수도 있어 해당기간 동안 업무공백을 또 감수해야 할 판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정부는 최대한 신속히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차제에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본질적인 사안이 하나 있다.

10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물론 불가피한 사정도 없지 않았다고 보지만 우리 사회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사문제로 공기업이 공중에 붕 뜨는 이런 일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정권교체에 따른 기관장의 교체 대상과 범위 등을 꼭 법이 아니더라도 어떤 규칙이나 관행으로 미리 정해 놓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역시 공기업 개혁과제의 하나다.

임기제는 당연히 존중되어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인사시스템만 자리잡히더라도 파행(跛行)인사에 따른 국력낭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공기업 인사시스템도 이제는 선진화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