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유포된 '광우병 괴담'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객관적 사실과는 상관없이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 위험이 증폭돼 현실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대개 주관적ㆍ객관적 구매 위험을 느낀다.
그래서 그 주관적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믿을 만한 브랜드 및 유통회사를 찾는다거나,주변 혹은 경험자의 조언에 의존하게 된다.
이때 주관적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신뢰이며,그 믿음의 대상에 대한 신뢰가 깨어질 때 소비자들이 느끼는 주관적 위험은 객관적 사실보다 훨씬 크게 다가온다.
정부에서 반복적으로 주장하고 설득하는 객관적 사실과 무관하게 많은 국민들은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다.
이들의 주관적 위험 인식은 정부 및 사회에 대한 신뢰의 상실에 기초한다.
이력 증명을 못하는 SRM(특정위험물질)에 대한 수입 금지는 지켜지는 것인지,후일 광우병 발생 이후에도 계속 수입할 수밖에 없다는 쇠고기를 혹시 나와 내 가족이 먹게 되는 것은 아닌지,유난히 뼈 내장 등 위험 부위를 많이 먹는 우리 식습관과 고기만 주로 먹는 미국인의 식습관을 그대로 비교하는 게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20개월 미만의 고기만 수입하는 일본과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고기만 수입하는 중국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등 국민의 불안은 정부에서 설명하는 '객관적' 확률 및 '과학적' 자료와 무관하게 그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다.
이번 광우병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 국제적 기준과 과학적 근거 등 객관적인 위험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신의 배경에는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진행되고,일방적으로 통보된,재협상조차 불가능하며,당장 시행된다는 확정된 협상 결과 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배경을 간과하고 객관적인 발병 확률만을 중심으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주관적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을 보여왔다.
광우병 발병 확률이 실질적으로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많은 나라가 30개월 이상의 소를 수입하고 있다는 주장,국제적 검역 기준과 과학적 근거에 비춰 전혀 위험이 없다는 발표 등은 이번 협상 과정에 대해 불신감을 가진 국민의 불안과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불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책은 불신에 근거한 일부 시민의 주관적인 위험을 객관적인 사실들에 맞춰 일방적으로 조정해줄 것을 강요하기만 했다.
따라서 이번 광우병 파동과 관련된 정부의 대응은 이러한 국민들의 주관적 위험을 줄이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선 이번 위기의 원인이 협상 과정의 불투명성,협상 전후의 상호 교감 부족에서 비롯된 신뢰의 상실에 근거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인터넷을 통해 퍼지고 있는 주관적 위험과 불안에 대해 그 근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그에 근거한 대책을 세우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이번 사태에 대한 위기관리 주체를 좀 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인 위기관리팀을 가동해 여러 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일관된 메시지를 신속하게 내보낼 필요가 있다.
미처 조율되지 않은 미봉책에 가까운 대책들은 오히려 불안심리를 가중시킨다.
셋째 이번 사태에 대한 포괄적이고도 도덕적 책임을 지려는 자세,그리고 국민에게 먼저 다가가는 지속적이고 개방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주관적 위험에 대한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일관되고 지속적인 홍보 대책이 필요하다.
국민을 좀 더 배려하고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발표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