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에서 13억 중국인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히는 게 바로 '황색탄환' 류시앙(25)이 출전하는 육상 남자 110m 허들이다.

트랙 최강 미국이 이 종목에서 금메달을 확신할 수 없는 건 바로 아시아인 최초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하고 세계기록까지 보유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류시앙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1896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25차례 대회에서 미국이 110m 허들에서 따간 금메달만 모두 18개. 대회가 열렸다면 미국이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겼던 종목이었으나 이제 그들의 시대는 갔다.

1983년 중국 상하이 태생인 류시앙은 4년 전 아테네올림픽 110m 허들에서 중국 트랙과 필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세계적인 스타로 우뚝 섰다.

2006년 11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슈퍼 그랑프리 대회에서 12초88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승승장구했고 지난해 일본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막판 불꽃레이스로 역전에 성공, 12초95로 결승선을 통과해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단거리를 제패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야생마같은 질주 등 서구 선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단거리에서 류시앙이 이룩한 업적은 그만큼 상징성이 크다.

키 189㎝, 85㎏의 균형 잡힌 몸매를 갖춘 류시앙의 최대 강점은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허들을 유연하게 넘는 허들링 기술에 있다.

속도감과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수준 높은 기술인데 류시앙은 이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트라이드를 길게 뻗고 세 번의 스텝으로 허들을 넘는 일관성이 그가 세계를 평정한 비결이다.

15세 때 허들에 입문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2002년 스위스 로잔 슈퍼 그랑프리 대회에서 13초12로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세운 류시앙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12초91로 세계 타이기록을 세우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당시 110m 허들에서 13초 미만으로 뛴 역대 6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이어 2006년 12초88로 마침내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이 부문에서 새 역사를 썼다.

올해는 아직 110m를 정식으로 뛰지 않았으나 전초전으로 2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IAAF 실내육상선수권대회 60m 허들에서 7초46으로 우승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올 시즌 110m 허들 최고 기록은 미국의 데이비드 올리버가 지난달 세운 13초08. 류시앙의 기록에는 0.2초가 모자란다.

찌는 더위와 높은 습도 등 베이징과 비슷한 조건에서 치러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를 평정한 류시앙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몸을 푼다면 12초대 주파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의 얼굴로 내세운 류시앙은 지난 1월 중국 공산당 정치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에 선임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건강식품 브랜드 뉴트리라이트의 협찬을 받고 나이키,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등 그가 누리는 혜택은 프로스포츠 스타의 그것에 못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