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 강화대책을 5일 발표했다.미국 수출작업장에 특별점검단을 보내고,각종 검역의 강도도 한층 높이겠다는 내용이다.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괴담'을 진정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괴담의 출발지로 지목된 MBC 'PD수첩'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노력에도 국민적 불안감은 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시장 개방 자체를 반대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강한 데다 각종 루머와 억측이 판치면서 일반 국민 사이에도 불안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산 쇠고기는 오는 15일 검역재개와 함께 시중에 유통될 전망이다.지난해 10월5일 검역중단 조치로 7개월 넘게 한국과 미국의 검역ㆍ수출창고에 묶여 있던 살코기 1만2000여t이 가장 먼저 검역을 받아 시중에 뿌려진다.

◆미국 도축장에 검역관 상주 검토

정부 발표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우리 검역관을 미국 현지 수출작업장에 상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점이다.수입 재개 전에 특별점검단을 보내기로 한 것은 당연한 절차라고 볼 수도 있지만 검역관 상주는 국제적으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미국 정부가 수용할 리 없지만 미국도 한국 내 여론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만큼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산 쇠고기 검역 강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호주 등 다른 나라 수출품에 비해 강하게 검역을 실시할 방침이다.우선 개봉검사의 경우 검사 대상을 현행 1%에서 3%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또 수입신고별 또는 컨테이너별로 3개 부위를 절단검사하고,여기서 이상이 발견되면 해동검사를 실시키로 했다.신규로 승인된 작업장에서 수입되는 물량은 반드시 실험실에서 정밀검사를 하기로 했다.

티본 스테이크의 경우 향후 180일 동안 물량 전체를 검사하고,월령표시가 없는 경우엔 전량 불합격조치할 방침이다.검역 과정에서 특정위험물질(SRM)이 발견되는 경우엔 미국정부에 경위조사를 요청하고,해당 작업장에 대해서는 5회 연속 강화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SRM이 두 번 이상 발견되는 작업장에 대해서는 수출선적 중단조치를 내린다.

◆15일부터 시중 유통

한ㆍ미 쇠고기 협상 타결에 따른 새 수입위생조건은 오는 15일 확정 고시될 예정이다.협상 결과가 이날부터 법률적인 효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새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되면 당장 15일부터 검역이 이뤄진다.지난해 10월 검역 중단 이후 국내 검역창고와 컨테이너야드(CY) 등에 보관돼 온 살코기 5300여t이 첫 검역 대상이다.당시 미국에서 한국행 수출 검역까지 마쳤으나 검역 및 선적 중단 조치로 지금까지 롱비치항구 창고 등에 대기하고 있는 약 7000t 역시 고시 공포와 함께 한국으로 출발한다.보통 15일 정도인 선박 운송 기간을 감안하면 이달 말 또는 다음 달 초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7개월 넘게 '국제미아'신세로 냉동창고에 장기 보관 중이던 쇠고기가 오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중에 풀리게 된다.

새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수입이 허용된 LA갈비 등 '뼈붙은 쇠고기'의 경우 다음 달 중순부터 속속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