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 3종 경기는 인생의 축소판 … 순발력ㆍ균형감각 배웠죠"

[Bravo! My life] 이창근 CJ프레시웨이 대표 "철인 3종 경기는 인생의 축소판"
아침마다 한강 둔치에는 '자출족'(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2일 오전 7시30분,상쾌한 아침 바람과 함께 날렵한 로드 바이크를 탄 한 중년 자출족이 여의도 선착장 근처에 나타났다.

은빛 헬멧에 은빛 운동화,민망할 정도로 타이트한 검은 스판바지 차림이 눈길을 끈다.

식자재 유통ㆍ급식업체 CJ프레시웨이(옛 CJ푸드시스템)의 이창근 대표(57)다.

이 대표는 약 25㎞ 거리를 1시간가량 달려 왔는데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Bravo! My life] 이창근 CJ프레시웨이 대표 "철인 3종 경기는 인생의 축소판"
"지난주에는 자전거 동호회를 따라 이천에서 통영까지 자전거 일주를 했다"며 '이 정도는 기본'이라는 표정이다.

지난해에는 잠수교에서 속초까지 다녀온 적도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논현동 자택에서 목동 사옥까지 자전거로 출근한다.

자전거를 유심히 살펴보니 손잡이 한 쪽에 시계 모양의 장치가 달려 있다.

"맥박과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심박수를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죠.갈수록 폐활량이 늘어가는 걸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단순히 자전거만 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를 측정해가며 과학적으로 체력을 키워 간다는 얘기다.

다시 페달을 밟아 회사에 도착한 그는 곧바로 근처 피트니스센터로 가 40여분간 수영을 한다.

이순(耳順ㆍ60세)을 앞둔 사람의 체력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도대체 이런 체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주위에서는 그를 '이철인'(李鐵人)이라고 부른다.

인간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철인 3종 경기(트라이애슬론) 완주기록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보통 철인 3종 경기는 '아이언맨 코스'(수영 3.9㎞,사이클 180㎞,마라톤 42.195㎞)와 '올림픽 코스'(수영 1.5㎞,사이클 40㎞,마라톤 10㎞)로 나뉘는데,그는 올림픽 코스를 두 차례나 완주했다.

젊은 사람들도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철인 3종 경기가 그의 취미인 것이다.

그는 "철인 3종 경기는 3시간가량 혼자 견디며 성취하는 운동이라 젊은 사람들은 오히려 지루해하고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철인'이 된 것은 1991년 건강했던 부친이 갑자기 쓰러지면서부터.평상시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은 그는 이후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헬스클럽에 등록해 매일 다녔어요.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친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마라톤에 도전했어요. 5㎞부터 시작해 하프코스까지 뛰었죠.하지만 중년의 나이에 달리기만 하니까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납디다."

그는 장거리 마라톤이 무리라고 보고,대신 자전거ㆍ수영ㆍ달리기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2005년 당시 이 대표는 자전거를 전혀 탈 줄 몰랐지만 친한 후배(이계웅 할리데이비슨코리아 대표)의 소개로 사이클 선수에게 직접 배울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06년 봄,처음으로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다.

이천 설봉공원 근처에서 열린 트라이애슬론 대회 당일.경기 시작 소리와 함께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전날 비가 와 흙탕물로 변해버린 호수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평소 실내 수영장에서만 연습하다 깊은 호수에서 수영을 하니 눈앞이 캄캄했다.

그만 30m를 가다 포기하고 말았다.

"아내까지 와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뚝심이 강하기로 소문난 그다.

다시 6개월 뒤 열리는 여수대회에 참가 등록을 하고 제주도의 한적한 바닷가를 찾아 수영 적응훈련에 들어갔다.

두세 달 동안 매일 아침 수영과 사이클로 체력을 키웠다.

두 번째 도전한 경기에서 끝내 완주기록증을 거머쥐었다.

기록은 3시간20분.그때의 짜릿한 성취감에 중독돼 지난해 7월 두 번째 완주기록증(3시간10분)을 획득했고,올 7월에 있을 대회를 또 준비 중이다.

이번 목표는 3시간 이내에 주파하는 것.

"마라톤이 우리네 인생과 비슷하다고 얘기하죠.철인 3종 경기도 비슷해요. 자신과 싸우는 지루하고 긴 3시간여 동안 희로애락을 다 느낍니다."

이 대표는 운동을 하면 세 가지,즉 순발력ㆍ균형감각ㆍ지구력이 저절로 갖춰진다고 강조한다.

사업도 운동과 비슷하다는 것."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그 사람의 운동 습관에서 알 수 있죠.목표를 조금씩 세워 두고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무턱대고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안 되는구나'하고 쉽게 포기합니다."

운동처럼 경영도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CJ프레시웨이는 2006년 급식사고로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가 대표를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일이었다.

회사 주가가 반토막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균형감각과 지구력ㆍ순발력을 발휘해 지난해 CJ프레시웨이의 턴어라운드를 이끌어냈다.

"업계에서 최고라고 인정받는 회사로 이끌고 싶습니다. 외식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는 체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운동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오늘도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 운동화 끈을 졸라매고 페달을 밟는다.

글=안상미/사진=강은구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