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흐름에 변화의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에 짓눌려 안전자산으로 회귀했던 뭉칫돈들이 기피 대상이던 주식 달러 등으로 복귀하려는 조짐이다.

반대로 급등세를 보이던 유가 금 등 원자재 시장은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종착역이 보이는 신용위기 △미 금리인하 중단에 따른 달러화 가치 반등 △예상보다 좋은 기업 실적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상품 중개업체인 MF글로벌의 앤드루 브렌너 수석 부사장은 "주가는 랠리 양상을 보이고 달러 가치가 급등한 반면 유가와 금 시세는 급락하고 채권시장은 매도세에 직면했다"며 "국제자금 흐름에 리버스(반전) 현상이 개시됐다"고 진단했다.

'미국 금리인하→달러 약세→상품시장 강세'로 이어지던 흐름이 '금리인하 중단→달러 강세→상품 약세'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되살아나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

국제자금의 흐름을 바꾼 신호탄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금리 회의였다.

FRB가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해 애매한 메시지를 남기자 시장은 잠시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어 하루가 지난 1일 금리 인하는 당분간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주식시장은 '늑장 랠리'에 나섰다.

FRB의 금리 인하 중단은 사실상 신용경색과 경기침체가 우려할 만한 수준을 벗어났다는 신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자산 선호를 약화시키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강화했고 상품시장으로 몰렸던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물꼬를 돌렸다.

인텔 등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점도 분위기를 호전시켰다.

채권시장에도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약화되면서 미 국채 수익률이 일제히 상승(국채가격 하락)했다.

1일 2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0.11%포인트 뛴 연 2.37%를 기록했다.

◆달러 바닥론에 상품가격 약세

FRB가 금리인하 카드를 접었다는 분석으로 달러 가치는 반등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유로에 대해 1.543달러까지 상승,지난 3월25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달러는 엔화에 대해서도 0.57% 오른 104.46엔을 기록했다.

애그리바이저 서비시스의 데일 더치홀츠 애널리스트는 "달러 가치가 바닥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달러 강세로 상품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대체투자 상품으로 인식됐던 원유와 금 곡물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 종가에 비해 94센트 떨어진 배럴당 112.52달러를 나타냈다.

금 시장에는 투매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때 온스당 10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 금값도 85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스코시아모카타의 앤드루 몬타노 귀금속 담당 본부장은 "심리적 지지선인 850달러 붕괴는 시간문제"라며 "800달러가 다음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세반전 vs 단기조정 논란

증시에 낙관론이 솔솔 퍼지고 있지만 글로벌 자금의 장기 추세가 바뀐 것인지,단기 조정 혹은 속도 조절 중인지 여부는 아직 논란거리다.

우선 관심의 초점은 다우지수 13,000선이 지켜질지에 쏠려 있다.

미 고용과 소비시장 등이 아직까진 뚜렷한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부가 2일 발표한 4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는 2만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의 8만1000명 감소보다는 나아진 숫자지만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4월 미국 실업률도 5.0%로 지난달(5.1%)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FRB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은 만큼 달러 반등도 제한적인 선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유 등 원자재 시장도 달러 추세 외에 수요와 공급 문제가 남아 있다.

주식시장으로 흘러든 자금이 다시 상품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와코비아증권의 앨 골드만 전략가는 "최근 상품시장의 냉각은 지나친 과열에 따른 것"이라며 "상품시장이 중기 고점을 찍고 숨고르기를 할 뿐 약세로 추세 전환을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