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N코리아의 방송 내용 중 '구식 대 신식'이라는 게 있다.

미국 ABC TV의 프로그램으로 같은 기능을 지닌 신구(新舊) 제품 내지 방법의 장단점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다.

4월28일 아침엔 지도와 내비게이션,전동칫솔과 보통칫솔,로봇청소기와 대걸레의 효용을 실험한 결과를 보여줬다.

길 찾기는 내비게이션이,치아 닦기와 청소는 보통칫솔과 대걸레가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면엔 양쪽 제품의 가격대도 명시됐다.

미국에선 이처럼 제품에 관한 온갖 걸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일이 흔하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준 뒤 선택은 소비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시간이 더 걸려도 지도로 길을 찾는 게 더 즐겁다는 사람이 있을 테고,대걸레보다 덜 깨끗해져도 로봇청소기가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게 틀림없다.

우리에게 이런 일은 드물다.

사전에 제품의 단점이나 사용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알려주지 않는 건 물론 비슷한 기능을 지닌 다른 제품과의 비교는 아예 거부한다.

많은 경우 소비자는 광고만 믿다 실망하기 일쑤다.

문제를 지적하면 인정하고 시정하기보다 아니라고 잡아떼거나 변명하기 바쁘다.

소비자 잘못으로 몰아붙이는 일도 잦다.

명품구두 대부분은 바닥이 약한데도 그냥 팔곤 이의를 제기하면 "조심하라"며 비용을 받고 밑창을 덧대주는 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처럼 상품의 품질ㆍ가격 등을 비교 분석해 공개하는 서비스 제공을 추진한다고 한다.

소비자 단체를 주축으로 올해 안에 가능하도록 구체안을 마련중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가 1936년부터 나온 걸 감안하면 늦어도 너무 늦은 셈이다.

문제는 전문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 확보다.성능이 비슷해도 가격만으로 따지기 힘든 것도 많다.

과학적 실험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부정확하거나 어설픈 비교는 소비자를 혼란에 빠뜨리는 건 물론 억울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

기업 역시 장단점을 솔직히 밝히고 비교 우위를 홍보하는 게 마땅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