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금지화목토천해명,태정태세문단세…."

초등학교나 중·고교 시절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암기 방법이다.

특정 순서를 가진 단어를 외울 때 앞글자만 따서 외우는 방식이다.

그러나 명함을 쌓아놓고 이 같은 비법이나 특수한 노력을 동원하는 직장인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이 나이 탓을 하면서 휴대폰이나 전자수첩을 뒤적이기 일쑤다.

하지만 암기력의 천재 에란 카츠(43)는 "나이를 먹는다고 기억력이 쇠퇴한다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지적한다.

카츠는 28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HiCEO 초청 특강을 통해 "디지털화된 비즈니스 사회에서 기억력은 오히려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츠는 기억력 부문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기억력 전문가다.

모토로라 코카콜라 등 각국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기억력 증진법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 '천재가 된 제롬'을 통해서도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하지만 자신을 천재로 보는 시각에는 반대한다.

어릴 적 그는 오히려 저능아로 취급되기도 했었다.

"10살 때 정성들여 쓴 작문에 선생님이 커다란 X표시를 하고 내용이 엉망이라고 비판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 충격으로 35살까지 글을 못썼죠.하지만 이후 집필된 저서는 7개국어로 번역돼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그가 강연에서 밝힌 5가지의 기억력 비법을 소개한다.

◆두뇌에 세이브(저장) 버튼을 자주 눌러라

기억력과 집중력은 나이보다 업무량이나 스트레스와 관련이 깊다.

두뇌가 시달리다보면 비관심분야를 외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카츠는 각각의 행동을 마쳤을 때 간단한 몸짓을 통해 이를 '저장'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연상작용을 이용하라

아르헨티나나 벨기에 지도를 그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많은 사람들이 그 모양을 알고 있다.

'장화'가 주는 연상작용 때문이다.

특별하고 괴상한 상상이나 연상일수록 기억력을 강화시킨다.

◆기억 방해요소를 제거하라

기억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몰입'하는 것이다.

카츠는 가급적 방해요소를 없에고 일을 순서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집중하던 업무 도중 1분간의 휴대폰 통화를 한다면 다시 몰입하는 데 20분이 소요된다.

◆단순한 사실도 뒤집어라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새롭고 흥미롭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사실에 무뎌진다.

이는 기억력 쇠퇴로 이어진다.

유대인들의 기억력 향상도 격론과 뒤집기를 통한 수업방식에서 나왔다.

◆일어서서 생각하고 회의하라

팀별 회의를 서서 또는 걸어가면서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의 스토리를 걸어다니면서 구상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산책을 통해 나왔다.

이스라엘 태생인 카츠는 한번에 500자리 숫자를 암기해 이 부문 기네스기록을 갖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도 청중이 부른 22자리 숫자를 앞뒤로 단번에 외우는 '실력'을 보였다.

그는 20만명의 학생 이름을 외운 하버드대 전 총장의 예를 들며 "특히 세일즈맨들은 기억력을 활용해 사람 이름을 외우는 것을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고경봉/사진=강은구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