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25일 "7월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출마하지 않는 대신 탈당 친박 인사들을 복당시켜 달라"면서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강도 높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사실상 박 전 대표의 요구를 거절해 친박 인사 입당을 둘러싼 당 내홍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친박이 복당하면) 계파정치를 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는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런 조건에도 복당시키지 않는다면 결국 대통령 경선 때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사적 감정 때문에 복당을 거부하는 것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복당 문제는 당 대표가 개인적으로 말할 것이 아니라 최고위 등 공적 절차를 밟아서 결정해주길 바란다"며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아예 안 받는게 낫고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3일 강재섭 대표가 "내가 당 대표로 있는 동안 복당은 무조건 안 된다"는 발언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자 문제로 친박연대가 검찰수사를 받는 것과 관련,그는 "(친박연대가)제 이름을 걸고 선거를 했기 때문에 저도 책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사는 그것대로의 일이고 복당 문제는 다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설에 대해서는 "연락 받은 거 없고,중요한 것은 복당"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친박 인사들의 복당을 막고 있는 친이 측을 견제하면서 '선별 복당론'으로 흔들리고 있는 친박계의 동요를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또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당내 상황상 여의치 않은 데다 정치적 실익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달라질 게 없다"고 일축했다.

특히 강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복당 문제를 논의해 달라고 하는데,그동안 그렇게 해왔지 않느냐"며 재논의 요구를 거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복당을 허용하면)선거 때 친박 후보들 때문에 낙선한 사람들은 누가 보상하느냐"면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분란의 소지가 있다"고 복당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현 지도부 임기 내에선 복당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요구에도 불구,당분간 친박 인사들의 복당이 현실화되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강경 발언을 계기로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 의원들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당내분은 격화될 전망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회견 말미에 '복당이 안 되어도 전대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당내 측근들과 세(勢)를 모아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차기 당권을 겨냥한 두 진영 간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홍열/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