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메카' 스위스의 4월은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세계 양대 시계박람회인 '바젤월드'와 'SIHH'(The Salon International de la haute Horlogerie)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몰려든 시계 브랜드 관계자와 바이어들이 한데 모이는 바젤과 제네바는 열흘간 오직 시계만을 위해 움직였다.

이 열흘이 올해 세계 시계산업의 향방을 결정한다.

지난 3일부터 8일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월드 2008'에는 한국을 포함,45개국 2087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 시계박람회가 개최도시 바젤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는 지난해 매출로만 12억프랑(약 1조1830억원)에 이른다.

올해 바젤월드의 화두는 '고전의 재해석'.100년,200년이 넘는 고급 시계 브랜드들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원본 시계를 완벽하게 복원한 레플리카와,원본에서 영감을 얻어 새 기능을 추가해 재연한 레트로를 앞다퉈 선보였다.

스위스에선 빌 게이츠만큼 유명하다는 니콜라스 하이예크 스와치그룹 회장(80)은 브레게의 야심작 '앙투와네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포켓워치'를 직접 들고 나와 관람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783년 마리 앙투아네트의 추종자가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에게 특별 주문해 만든 것으로,3년 반 동안 부품 하나하나까지 모두 복원해 낸 것이다.

일반을 대상으로 한 바젤월드와는 달리 올해 18년째를 맞는 'SIHH'는 제네바에서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비공개로 열렸다.

리치몬트그룹 주도로 진행되고,고급 시계 브랜드 16개사만 출품했다.

각 브랜드에서 미리 초대받은 사람만 입장이 가능한 행사다.
[바젤 월드·SIHH로 본 2008 시계 트렌드] 시계의 메카 복고를 외치다
SIHH에서는 IWC가 레트로 트렌드에 힘을 실어줬다.

올해 브랜드 설립 140주년을 맞아 'IWC 빈티지 컬렉션 주빌리 에디션 1868~2008'을 론칭한 것.현존하는 각 라인의 최초 모델을 재해석한 6개 시계들을 모아 빈티지 컬렉션을 만들었다.

오리지널 히스토리 시계들의 외형만 본뜬 게 아니라 각 시계들이 가지는 시대적 의미와 기술적 의미를 재조명했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을 의식한 듯 스포츠 시계들도 대거 등장했다.

스테판 우카드 오메가 사장은 "베이징 올림픽의 공식 시계사로서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때맞춰 올림픽 테마 시계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롤렉스에선 수심 3900m까지 방수 가능한 다이버용 시계 '오이스터 퍼페추얼 시-드웰러 딥시'를 내놨다.

1960년대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에서 해저 1만916m까지 잠수했던 실험용 시계 '딥시 스페셜'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럭셔리 스포츠 시계 브랜드 오데마피게는 1972년 첫 탄생한 '로열 오크'를 더욱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발전시킨 '로열 오크 카본 투르비옹'을 선보였다.

예거 르쿨트르는 175주년을 맞아 리베르소 스포츠버전의 여성라인인 '리베르소 스콰드라 레이디'를 내놔 눈길을 끌었다.

스포츠 시계의 인기로 다이아몬드만큼 견고하고 영속성이 높다는 세라믹(산화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한 시계도 대거 등장했다.

다이얼이 커진 것도 올해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이얼이 큰 것은 남자용,작은 건 여자용이란 고정관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남녀용을 구분하지 않으며,남성용은 보다 큰 사이즈로 확대됐다.

평균 다이얼 지름이 3.5㎝ 내외이던 것이 5㎝ 이상으로 전반적으로 커졌다.

한 때 복잡한 기계장치가 필요 없는 쿼츠 시계(전지로 작동하는 시계) 등장 이후 계속 작아지던 다이얼이 2000년대 들어 다시 꾸준히 커지고 있는 것.복잡한 기능이 들어간 컴플리케이션 시계가 붐을 이루면서 다이얼 크기는 최대에 이르고 있다.

가제트 형사의 만능 시계가 떠올려질 정도로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다양한 기능을 시계 하나에 담느라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카르티에는 다이얼이 연속적으로 교차되며 3차원으로 변신하는 '산토스 트리플 100' 시계를,바셰론 콘스탄틴은 고급 시계 중에선 최초로 맞춤식 시계인 '케 드 릴' 라인을 내놓았다.

'케 드 릴' 라인은 최첨단 터치스크린으로 고객이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면 스위스 제네바 본사로 직통하는 주문시스템에 의해 3개월 뒤 자신만을 위한 유일한 맞춤시계를 받을 수 있다.

바젤·제네바(스위스)=김지연 한경머니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