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 한미파슨스 대표 jhkim@hanmiparsons.com >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리더십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기업의 생존이나 발전에도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때문에 선진 기업들은 CEO 승계 프로그램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후계자 승계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되는 기업들이 많다.육상 계주 경기에서 '바톤 터치'에 실패하면 결과가 좋을 수 없듯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가업(家業)을 막론하고 CEO가 성공적으로 교체될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을 구가할 수 있다.

필자는 2004년부터 후계자 승계 프로그램을 구상해 왔다.국내외 주요 기업들의 CEO 승계 프로그램 관련 자료를 입수해 검토한 다음 나름대로 단계별 선정 절차와 원칙을 확정했다.

그 첫 번째 원칙은 가능한 한 차기 후계자는 사내에서 발탁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CEO인 필자가 혼자 결정하지 않고 '차기 CEO선정위원회'를 가동해 독단적 결정에 따르는 리스크를 피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외국인을 포함한 4,5명 정도의 예비 후보자를 선발해 대부분의 결재권을 이들에게 넘겨 준 다음 올해 말까지 각자의 능력을 평가할 예정이다.다만 조직 내 갈등이나 '줄서기'와 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후보 명단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네 번째로 내년에는 최종 후계자 후보를 확정해 CEO 또는 COO(최고운영책임자)로 보임한 다음 1년 동안 리더십과 성과를 평가하고,부족하면 1년 더 살필 계획이다.그런 다음 1~2년에 걸쳐 최종 후보자에게 경영권을 물려 주고 필자는 2선으로 물러날 생각이다.

구상 단계로부터는 8년,후계 프로그램을 가동한 이후로도 최장 5년이 걸리는 셈이다.이렇게 선정된 후계자는 최소 10년 이상 회사를 끌고 나가게 된다.물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필요한 지배 구조도 마련할 것이다.

필자의 회사는 크지 않은 중견 기업이지만 1996년 미국 파슨스와 합작으로 설립,국내 최초로 CM(건설사업 관리)이란 업역을 개척했고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지금은 '종업원 지주회사'로 변모해 '직장인의 천국 구현'이란 독특한 경영 철학과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필자가 경영 후계자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여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독자 중에서 이처럼 '독특한' 우리 회사를 맡아 경영할 역량을 보유하신 분이 계시다면 입사 지원을 권유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