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가 본격화된 가운데 기업 실적이 글로벌 증시 상승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미국 금융업체의 '실적 쇼크'에 대한 우려감이 컸으나,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이 안도하는 분위기다.

여기에는 미국 IT(정보기술)기업과 굴뚝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한몫 거들고 있다.

이와 관련,미국 경제전문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증시는 보통 경제가 회복되기 수개월 전부터 회복세를 보인다"며 "현재 뉴욕 증시는 바닥권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마켓워치는 △52주 최저 주가를 기록한 종목이 많아졌고 △안전자산 선호성향 완화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증시의 추세전환을 알리는 소비재 관련주가 바닥권에 이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IT와 '굴뚝주'가 어닝시즌 이끌어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좋다.

특히 달러화 약세로 해외영업이 호조를 보인 IT업체와 일반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1분기 어닝시즌을 주도하고 있다.

IT업체는 지난 11일 GE의 어닝쇼크 발표로 칙칙해진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인 인텔은 지난 15일 1분기 순이익이 14억4000만달러로 월가 예상치에 부합했다.

인텔에서 시작한 IT업체의 실적호조 바람은 IBM 이베이 구글로 이어졌다.

대형 제조업체들도 신바람을 냈다.

코카콜라를 비롯해 캐터필러 허니웰 존슨앤드존슨 등 미국 간판 제조업체들의 실적이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다.

금융주 실적은 좋지 않았지만,시장 예상치이거나 예상치를 웃돌았다.

씨티그룹은 51억1000만달러(주당 1.02달러)의 적자를 냈지만,메릴린치의 전망치(주당 1.66달러)보다는 적자 폭이 작아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JP모건체이스와 웰스파고 등은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내놨다.

월가에서는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뉴욕증시 바닥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주에 성적을 공개할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나 피델리티, 유럽 UBS 등 금융업체 실적발표가 여전히 변수지만 야후 머크 AT&T 맥도날드 듀폰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실적이 양호할 경우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에 이어 5월 미 정부의 감세조치가 경기 회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강해 향후 글로벌증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 증시 FTA 수혜도 기대

국내 증시도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120일선(1789)과 200일선(1828)이 저항선 역할을 할 것이지만 호재가 많아 1800선을 넘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 실적발표를 보면 IT나 경기민감소비재 기업의 실적호전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시중 자금의 증시 유입이 꾸준하게 이어져 '유동성장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전문가들은 5월 국내 콜금리 인하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 5월 국내 콜금리 인하나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증시에 훈풍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비준 기대감도 관련 증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수출비중이 높은 자동차 기계 섬유 해운 및 건설 음식료 등 내수주의 수혜가 있을 것이란 평가다.

다만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FTA 비준 기대감은 꾸준히 반영된 상황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서정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