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사장 인선에서 전ㆍ현직 관료들이 철저히 배제되자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관료 프리미엄'을 버리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되레 역차별을 받는 현실은 참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장형 공기업(6곳)과 준시장형 공기업(18곳) 등 조금이라도 민간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공공기관장 공모에는 현직 중앙부처 공무원은 지원하지 말라는 비공식 지침이 내려졌다.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보직을 잃고 본부 대기 또는 교육 명령을 받은 고위직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다만 준정부기관과 기타 공공기관 중 부처와의 협력이 밀접한 공공기관에는 선별적으로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이춘희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건설산업연구원장으로 겨우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공모가 진행 중인 교육과학부 산하의 정보사회진흥원이나 지식경제부 산하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산업기술평가원 등에는 전ㆍ현직 관료들이 기관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기관들은 공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가 적고 업무의 중요성도 떨어지는 데다 정무직이나 1급 출신이 옮겨간 전례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격'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관료들 사이에서 "민간기업보다 적은 보수를 감내하고 평생을 바쳐 나라를 위해 일한 대가가 이거냐" "차라리 공무원이냐 민간이냐를 따지지 말고 객관적인 능력만 갖고 평가를 받고 싶다"는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실제 최재덕 전 건교부 차관이 토지공사 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다가 관료 출신 배제 방침에 따라 지원서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역차별'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문성에서는 누구보다도 뒤지지 않는데도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한다면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해 국가적으로 손해 아니냐"고 말했다.

김문권/차기현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