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장갑을 낀 애니의 손을 더욱 세게 잡는 순간,혜성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선식 미끄럼틀을 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조지와 애니는 점점 더 빨리 움직이면서 그 거대한 암석 쪽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은 발밑에서 태양을 마주하고 있는 그 혜성의 한 쪽 부분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딸 루시 호킹,호킹 박사의 제자인 크리스토프 갈파르가 쓴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열쇠'(김혜원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의 한 부분이다.

이 책은 지난해 9월 영국 현지에서 발표된 후 30개국에 판권이 팔린 화제작.스티븐 호킹의 저작일 뿐만 아니라 이소연씨의 첫 우주여행과 겹쳐 국내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티븐 호킹은 이 책에서 모험과 지식이 어우러진 환상의 우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내년에 은하우주선 버진 갈라티카를 타고 우주여행을 떠나기 위해 얼마 전 버진그룹의 지원으로 무중력 비행 연습까지 마쳐 더욱 화제를 모았다.

그가 들려주는 우주 얘기는 물리학의 근본 명제부터 어린이들의 맹랑한 호기심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우주와 태양계와 우리의 행성과 지구상의 생명,그 모든 게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것이 시작되기 전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그 모든 게 어디서 왔을까? 그리고 그 모든 게 어떻게,왜 그렇게 움직일까? 이것이 바로 물리학이란다."

등장인물은 생태환경운동가 부모를 둔 조지,오염된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는 과학자 에릭,재치있고 영리한 그의 딸 애니.조지는 모든 전자제품을 거부한 채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환경주의자의 아들이지만 컴퓨터를 갖는 게 소원이다.

그러던 어느날 옆집의 괴짜 과학자 에릭과 딸 애니를 만나게 되고 슈퍼컴퓨터 코스모스를 통해 천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조지의 화학 선생 리퍼가 에릭을 유인해 코스모스를 훔치자 조지는 에릭이 남긴 책을 단서로 에릭과 코스모스를 찾아 나서고….이들의 모험에 태양계와 블랙홀,물리학 관련 지식들을 녹여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중간중간에 스티븐 호킹이 직접 과학원리를 설명하는 코너가 들어 있고,32장의 컬러 위성사진까지 실려 있어 '읽고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396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