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논란으로 북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플루토늄 핵활동과 핵확산의혹 등을 분리해서 다룰 것이라고 미 백악관이 17일 밝혔다.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18-19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한미정상회담에선 6자회담에 대해서도 논의될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은 북한에게 모든 핵프로그램과 핵 확산활동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 핵불능화 이행 등을 촉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일더 보좌관은 북한의 핵확산 의혹은 플루토늄 핵활동과는 다른 문제로 "다른 방식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와일더 보좌관은 또 북한의 플루토늄 핵활동 신고서와 관련, "북한과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은 (신고서에) 핵무기를 생산한 시설들이 리스트로 제출돼야 한다고 예상하고 있다"면서 "영변핵시설은 물론 광석 농축시설부터 핵실험장까지 다른 시설들도 모두 포함돼야 하며 그것이 핵신고를 통해 우리가 확인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와일더 보좌관은 북한과 시리아간 핵확산 의혹에 대해선 "미국이 북한과 가져온 부수적인 협상(side negotiations)"이라고 언급했으며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뤄나갈 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작년 북핵 6자회담 `2.13합의'와 `10.3공동성명'을 통해 모든 핵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합의했다며 핵신고에는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우라늄농축핵프로그램, 핵확산 의혹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북한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핵확산 의혹에 대해선 그 자체를 부인하며 맞서왔다.

또 당초 합의했던 북한 핵신고 시한인 작년 연말을 100일 이상 넘기면서 미국측은 신고의 형식보다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고 언급해왔고 이로 인해 미국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과 핵확산 의혹을 플루토늄 핵프로그램 신고문제와 분리, 두 사안에 대해선 북한의 간접시인도 수용키로 방침을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아왔다.

와일더 보좌관의 이날 언급은 미 행정부가 북한의 플루토늄 핵프로그램과 핵확산 의혹을 분리해서 다룰 것임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또 "우리(미국)는 북한이 그들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지 않으면 북한의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을 신뢰하되 검증할 것이며 이를 위해 검증기구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신고를 검증하기 위한 기구를 북핵 6자회담 산하 한반도 비핵화 실무그룹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일더 보좌관은 이어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문제에 대한 추가협상을 위해 다음주 미 전문가들을 북한에 파견할 것이라고 소개해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앞서 미국과 북한은 지난 8일 싱가포르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한 핵프로그램 신고문제를 비롯해 북한 핵문제 2단계를 종결하고 3단계로 나아가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양측은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혀왔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