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사 한경선 교수,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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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방송된 KBS 2TV '추적60분'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던 40대 한국인 여강사 한경선의 자살을 통해 대학교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현실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3월 27일 미국 텍사스 주 한 모텔에서 한경선이 사망했다. 당시 16세 딸과 함께 여행중이었던 한씨의 사망 후 뒤늦게 이력서가 동봉된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한국 대학 강단에서 겪었던 부당한 일들과 자신이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이날 방송에서 '추적 60분' 제작진은 한경선이 자살했을 당시 함께 미국 여행 중이던 딸을 만났다.
여강사의 16살 딸은 방송국에 전해달라며 어머니가 남긴 유서를 보여줬다. 유서에는 "교수가 되기 위해 미국 명문대학에서 공부까지 했는데, 지난 4년 동안의 한국 생활은 제정신을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었다. 더 이상 나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적혀있었다. 동료들에 의하면 여강사는 대학교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인격적인 모독을 당하는 등 학교 측과 갈등이 심했다고 한다.
한씨의 딸은 "왜 우리엄마가 희생되어야 하느냐"며 오열을 터뜨렸다.
한씨의 동료들은 한씨가 학교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며 담당교수에게 불려가 "박사학위까지 받아가지고 교양영어가 뭐가 어렵다고 하느냐" 등 인격 모독적이고 폭력적 언행까지 들었다고 했다. 한씨는 해고를 당한 동료의 탄원서를 써주면서 학교와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학교 측과 해당 교수는 한씨가 원래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었으며, 학교는 오히려 편의를 제공하려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또 한씨와 같은 학부 비전공자로는 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아도 전임교수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라는 것이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라지만 대학의 적립금은 이들을 위해 쓰이지 않고 있다. 관련법의 통과 역시 벽에 부딪히고 있다. 시간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자는 입법안을 낸 국회의원은 대학측의 로비가 너무 강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반복되는 시간강사의 죽음에도 변한 것은 없다. 여전히 법적으로 교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강의전담 교수 등 법적인 근거가 불분명해 악용될 소지가 큰 미봉책들로 인한 부작용만 늘어가고 있을 뿐이다.
이날 방송이 나간뒤 시청자들은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 "너무 안타깝다"면서 "학력위조 교수들은 버젓이 교수 행세를 하는데 왜 한경선 같은 분이 교수가 될수 없단 말이냐"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