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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신성한 소'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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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관념은 사실 편의를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다.

    뻔한 것에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도록 마련한 자동화 장치다.

    책상 위에서 볼펜이 떨어지는 소리,버스 기사가 브레이크 밟는 소리,경찰관의 호루라기 소리 같은 것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정리해놓지 않으면 우리는 그런 소리가 들릴 때마다 깜짝 놀라 뇌신경 모두를 가동하고 나서야 평소에 듣던 '그 때 그 소리'라며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관념은 사는 데 있어 아주 유용한 장치다.

    기업에도 고정관념이 있다.

    '뻔한 것'으로 여겨야 편하고,실제로 그래야 모든 일에 휘둘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경쟁사가 연초에 '비전 2010'을 발표하면 "저 친구들 5년마다 한 번씩 하는 것"이라며 여유를 부릴 수 있어야 마음 편하다.

    실제로 그말이 맞은 경우도 많거니와 경쟁사 행사를 모두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정관념은 그러니까 지능을 갖고 있고,효율을 위해 축적한 지식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만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고정관념이 신성시될 때 생긴다.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인정하는 경우 말이다.

    이럴 때는 어지간한 배짱이 아니고서는 반기를 들 수 없다.

    그런 과정이 오래되면 그것이 업계의 '신성한 소(聖牛ㆍsacred cow)'가 된다.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소처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그것을 어기면 큰 일이 나는 통념,관행 같은 것 말이다.

    사실 우리 주위에는 이런 '신성한 소'가 너무나 많다.

    기업으로 보면 오너가 천명한 경영방침을 누가 거부하겠는가.

    수십년간 돈을 벌어온 비즈니스 모델을 쉽게 바꿀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소를 죽이지 않는 한 혁신도 없다.

    변화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부수고,업계 관행에서 탈출해야 한다.

    생각해보라. 페덱스(Fedex)는 '우편물은 하루 만에 배달될 수 없다'는 배달업계의 '신성한 소'를 깨고 나온 것 아닌가.

    컴퓨터는 큰 회사가 만들어 대리점에 전시한 것을 사야 하는 것이라는 관행을 깨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것이 바로 델컴퓨터다.

    아주 오랫동안 관행처럼,상식처럼,버릇처럼 인정해온 이 '신성한 소'를 죽일 때 우리는 진보할 수 있다.

    투자는 사장이나 경영진만 결정해야 하나? 허드렛일은 아랫사람만 해야 하나? 대기업은 하청업체에서 배울 것이 과연 없을까? 이런 식으로 우리가 별 반성없이 인정해온 사실에 의문을 던져야 한다.

    그래야 이제까지 보지 못하던 새 시장을 열 수 있다.

    미국발 경기침체의 조짐이 밀려온다.

    이럴 때 기업들의 반응은 한결 같다.

    마른 수건을 짜내고 투자계획을 거두고 인적자원 확보에도 소극적이다.

    그것이 어쩌면 모두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마른 수건을 짤 것이 아니라 새 수건이 필요한 시점임을,어려울 때일수록 투자기회도 많고 좋은 인재도 넘쳐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투자나 채용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곤 있지만 움츠리고 있는 기업이 여전히 많다.

    이래서야 미래가 없다.

    우리 회사의,우리 업종의 '신성한 소'를 죽일 때 성장을 위한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

    권영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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