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강두호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허상에 가려진 실체 읽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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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인식'의 차이가 클 때 수익을 올릴 기회도 그만큼 많아집니다."
강두호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상무)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조언은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에 얽매이지 말고 해당 산업과 종목의 '실제'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키우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를 보지 못해 제대로 된 투자 판단을 하지 못할 때가 바로 나머지 사람들에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얘기다.
강 본부장은 '실제'와 '인식'의 차이가 큰 대표적인 업종으로 조선업을 꼽았다.
특히 그 차이는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조선업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는 데 반해 외국계는 '매도' 의견이 압도적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조선업은 경기 사이클이 있는 업종인 만큼 호황이 지속될 수 없고 지금은 팔아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이런 외국계 증권사들의 주장과 관련,강 본부장은 조선업에 대해 외국계로는 유일하게 '스트롱 바이(강력 매수)' 입장인 씨티증권의 한 애널리스트 말을 소개했다.
그는 "외국계들이 조선업에 대해 매도를 부르짖고 있는 상황은 마치 '인디언 기우제'와 같다"고 꼬집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조선업의 업황이 꺾일 때까지 매도를 고집하는 꼴이라는 의미다.
외국계의 조선업 매도 의견은 최근엔 외국인 투자자들의 조선주 대차거래 의혹 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조선주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의 대차거래를 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목표 가격을 고의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선 것.하지만 지난 7일 금감원이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이번 의혹은 일단락됐다.
그렇다면 강 본부장이 보는 조선업의 '실제'는 무엇일까.
"조선업 경기가 꺾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2005년부터 계속돼 왔습니다.
인디언이 비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외국계의 '꺾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조선업의 실제는 국내 조선주들의 경쟁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 본부장은 그 근거로 우선 국내 조선사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올해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점유율은 현재 60%를 넘어섰다.
20% 중반이던 1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유율 증가는 중국 조선소들이 선박 인도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강 본부장은 지적했다.
그는 "최근까지 이머징 마켓의 인프라 투자로 철광석 수요가 급증하면서 벌크선이 호황을 누렸다"며 "앞으로는 석탄 수요가 커져 벌크선 호황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의 논리에서 빈틈을 찾아볼 요량으로 "올 2분기부터는 선박을 짓는 데 쓰이는 후판 가격이 크게 뛰어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선박 수요와 공급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받아넘겼다.
전 세계적으로 신규 선박이 몇 월에 몇 척 나오는지가 미리 결정돼 있을 정도로 공급 물량은 한정돼 있는 데 비해 선박 수요는 매우 커지고 있어 후판 가격 상승분을 선가에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올 하반기에는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지 명확히 판가름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 본부장은 중국 증시에 대해서도 '실제'와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중국 증시가 많이 빠져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 투자로 접근한다면 절대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런 판단에 근거해 자신도 최근 지급받은 지난해 성과급 중에서 상당액을 중국 펀드에 넣었다고 털어놨다.
강 본부장은 "중국은 아편전쟁과 난징조약 등을 전후한 근세 100년 정도만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을 뿐 항상 세계경제의 중요한 축이었다"며 "지금은 중국이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가는 초기 단계인 만큼 주가도 가장 쌀 때"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시장에서 굴리는 돈은 약 38조원.해외 시장까지 합치면 운용 규모가 57조원이나 된다.
강 본부장이 이끄는 리서치본부는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돈을 어느 종목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다.
강 본부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CPA)로 회계법인에서 경험을 쌓은 뒤 대한항공을 거쳐 2001년부터 삼성증권에서 운수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2002년부터 3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는 2005년 3월 투자전략팀장으로 합류했고 그해 말 조직 개편으로 리서치본부가 생기면서 본부장을 맡았다.
강 본부장은 '실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가끔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등포 공구상가를 찾는다.
"경기가 나쁠 때는 공구상가 주변 길거리가 깨끗합니다.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는 상가 주인들이 팔려고 쌓아 놓은 공구들로 길거리가 복잡하죠.인근 식당도 북적거리고요.
실제를 보는 방법은 인터넷과 통계자료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는 역사서 등 인문 교양서를 많이 읽는 것도 성공 투자에 필요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글=장경영/사진=허문찬 기자 longrun@hankyung.com
강두호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상무)이 투자자들에게 주는 조언은 "시장의 일반적인 '인식'에 얽매이지 말고 해당 산업과 종목의 '실제'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키우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를 보지 못해 제대로 된 투자 판단을 하지 못할 때가 바로 나머지 사람들에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얘기다.
강 본부장은 '실제'와 '인식'의 차이가 큰 대표적인 업종으로 조선업을 꼽았다.
특히 그 차이는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조선업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는 데 반해 외국계는 '매도' 의견이 압도적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조선업은 경기 사이클이 있는 업종인 만큼 호황이 지속될 수 없고 지금은 팔아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이런 외국계 증권사들의 주장과 관련,강 본부장은 조선업에 대해 외국계로는 유일하게 '스트롱 바이(강력 매수)' 입장인 씨티증권의 한 애널리스트 말을 소개했다.
그는 "외국계들이 조선업에 대해 매도를 부르짖고 있는 상황은 마치 '인디언 기우제'와 같다"고 꼬집었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처럼 조선업의 업황이 꺾일 때까지 매도를 고집하는 꼴이라는 의미다.
외국계의 조선업 매도 의견은 최근엔 외국인 투자자들의 조선주 대차거래 의혹 사건으로 번지기도 했다.
조선주의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다시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의 대차거래를 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 외국계 증권사가 목표 가격을 고의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선 것.하지만 지난 7일 금감원이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혀 이번 의혹은 일단락됐다.
그렇다면 강 본부장이 보는 조선업의 '실제'는 무엇일까.
"조선업 경기가 꺾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2005년부터 계속돼 왔습니다.
인디언이 비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것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외국계의 '꺾인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조선업의 실제는 국내 조선주들의 경쟁력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 본부장은 그 근거로 우선 국내 조선사들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올해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보다는 줄었지만 국내 조선사들의 점유율은 현재 60%를 넘어섰다.
20% 중반이던 1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유율 증가는 중국 조선소들이 선박 인도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강 본부장은 지적했다.
그는 "최근까지 이머징 마켓의 인프라 투자로 철광석 수요가 급증하면서 벌크선이 호황을 누렸다"며 "앞으로는 석탄 수요가 커져 벌크선 호황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의 논리에서 빈틈을 찾아볼 요량으로 "올 2분기부터는 선박을 짓는 데 쓰이는 후판 가격이 크게 뛰어 조선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선박 수요와 공급에서 찾을 수 있다"고 받아넘겼다.
전 세계적으로 신규 선박이 몇 월에 몇 척 나오는지가 미리 결정돼 있을 정도로 공급 물량은 한정돼 있는 데 비해 선박 수요는 매우 커지고 있어 후판 가격 상승분을 선가에 충분히 반영시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올 하반기에는 누구의 판단이 옳았는지 명확히 판가름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 본부장은 중국 증시에 대해서도 '실제'와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중국 증시가 많이 빠져 불안해 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만 조급해하지 말고 장기 투자로 접근한다면 절대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런 판단에 근거해 자신도 최근 지급받은 지난해 성과급 중에서 상당액을 중국 펀드에 넣었다고 털어놨다.
강 본부장은 "중국은 아편전쟁과 난징조약 등을 전후한 근세 100년 정도만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었을 뿐 항상 세계경제의 중요한 축이었다"며 "지금은 중국이 세계적 경제대국으로 가는 초기 단계인 만큼 주가도 가장 쌀 때"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시장에서 굴리는 돈은 약 38조원.해외 시장까지 합치면 운용 규모가 57조원이나 된다.
강 본부장이 이끄는 리서치본부는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돈을 어느 종목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판단의 근거를 제공한다.
강 본부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CPA)로 회계법인에서 경험을 쌓은 뒤 대한항공을 거쳐 2001년부터 삼성증권에서 운수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2002년부터 3년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는 2005년 3월 투자전략팀장으로 합류했고 그해 말 조직 개편으로 리서치본부가 생기면서 본부장을 맡았다.
강 본부장은 '실제'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가끔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등포 공구상가를 찾는다.
"경기가 나쁠 때는 공구상가 주변 길거리가 깨끗합니다.
하지만 경기가 좋을 때는 상가 주인들이 팔려고 쌓아 놓은 공구들로 길거리가 복잡하죠.인근 식당도 북적거리고요.
실제를 보는 방법은 인터넷과 통계자료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는 역사서 등 인문 교양서를 많이 읽는 것도 성공 투자에 필요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글=장경영/사진=허문찬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