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밖은 온통 꽃바다다.

봄색이 완연한 산자락에는 잎보다 먼저 핀 꽃 색으로 춘정(春情)이 가득하다.

이 같은 봄의 사랑을 닮은 보석 페리도트(peridot)는 진한 연둣빛의 아름다운 보석이다.

페리도트에는 보석의 시각적인 황홀함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잔잔하게 진한 페리도트를 보노라면 알몸에 닿는 벨벳의 촉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격정 뒤에 다가오는 졸음같이 평온하다.

특히 밤의 조명 아래에서 녹색의 농도가 짙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브닝 에메랄드'라고도 부른다.

낮보다 밤의 모임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페리도트는 올리빈(olivine)이라고도 한다.

몸 색깔이 올리브 그린이라는 독특한 황록색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대부분은 엷은 황록색,연두색,올리브색,갈색을 띤 초록색이다.

아주 특별하게 노란색이 약간 가미된 초록색의 매우 아름다운 돌이 발견되는데 이것이 최상품이다.

페리도트는 비교적 큰 크기의 보석으로 이용할 때 가장 좋다.

작은 것은 색감이 부족해 보석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흠이 없는 큰 페리도트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작은 것은 저렴해도 2~3캐럿이 되면 얘기가 달라지고 10캐럿이 넘는 페리도트는 보석수집가나 박물관의 진열품 반열에 놓이는 귀한 신분이 된다.

페리도트는 화산지대에서 자주 발견된다.

하와이에서 용암이 굳어진 자갈 속에서 많이 발견돼 관광객들에게 '하와이언 다이아몬드'라는 애칭으로 팔린다.

그렇다고 해서 하와이가 주산지는 아니고 유명 산지로는 버마 스리랑카 브라질 등이 있다.

때로는 페리도트가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 속에서 발견돼 신비감을 더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인간에게 보내준 돌로 여겨 부적처럼 몸에 지니면 무서운 어둠과 공포,근심 걱정,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부부의 행복과 친구의 화합을 가져다 주는 보석으로도 통한다.

하지만 같은 돌끼리 맞닿으면 흠이 나기 쉬운 특징이 있어 보관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너무 가까이 있으면 상처를 주는 게 사람을 닮았다고나 할까.

수없이 많은 시간을 우주를 떠돌다 떨어진 운석 속에 보관된 페리도트처럼 거부할 수 없는 운명으로 지금 내 곁에 있는 그녀를 더욱 사랑해야겠다.

보석디자이너·쥬얼버튼 사장 ejoqueH@jewelbutt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