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내수가 걱정이라지만 물가는 오르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4월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물가 불안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3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9년 4개월 만에 최고인 8.0%나 폭등한 것.

10일 열리는 금통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수 위축 걱정'에 한은도 공감하고 있지만 금리를 내리기에는 물가부담이 너무 커 고심하고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우려다.

◆고삐 풀린 물가와 유동성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생산자물가뿐만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도 한은의 물가관리목표 상한선(3.5%)보다 높은 3.9%에 달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관리목표를 벗어난 지 벌써 4개월째다.

물가불안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곡물가격과 원유가격 등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물가 경기 경상수지 등 세 가지 요인을 핵심 변수로 고려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물가였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외부강연에서 "중앙은행 사람들이 물가만 보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중앙은행으로선 물가가 제일 중요한 지표"라고 말했다.

물가가 고삐풀린 듯 뛰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비용측면(원자재값 상승)에서 촉발된 물가 불안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로 번지면서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9일 발표된 유동성 지표도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풀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광의통화(M2) 증가율(전년동월대비)은 지난 2월 13.4%로 5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는 시중 유동성이 급팽창하고 있는 셈이다.

이성태 총재는 지난 3월 기준금리 동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금융시장에선 금융위축이 경기를 압박하고 있어 통화를 풀고 있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금통위에서도 최근의 유동성 증가와 물가불안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18개 주요 금융회사 이코노미스트들이 모두 현재 5% 기준금리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점치는 등 시장에서도 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새로운 시그널 나올까

시장의 관심은 '물가보다 내수 위축이 걱정'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금통위에 어떻게 반영될지에 집중되고 있다.

이성태 총재가 4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화답' 성격으로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시그널을 던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5월 이후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를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5월 금통위에선 새로 교체된 3명의 금통위원이 처음으로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게 된다.

외견상 전체 7명의 금통위원 중 친(親)한은파가 4명으로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친 한은파로 분류되는 김대식 신임 금통위원이 지난 1월 한 신문에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칼럼을 게재했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하지만 금통위원 교체기를 전후해서는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한동안 기준금리 변동이 쉽지 않다는 관측도 많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