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급에 머물렀던 중견 배우들이 안정된 연기력을 바탕으로 충무로를 달구고 있다.

이들은 흥행 성적에서도 젊은 스타들을 압도하고 있다.

불황 속에 제작비를 절감하려는 영화사들의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이들의 활약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올해 '중견 배우 돌풍'의 포문을 연 배우는 김윤석(40)이다.

'타짜' '즐거운 인생' 등에서 개성넘치는 조연 연기를 보여준 그는 나홍진 감독의 첫 장편 '추격자'에서 주연을 맡아 관객 5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주연 경험이 없던 김윤석을 과감하게 캐스팅한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추격자'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공수창 감독의 'GP506'의 주인공은 천호진(48).그는 의문의 GP 소대원 몰살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관역을 맡아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다.

촬영장에서 젊은 배우들을 리더하는 것도 천호진의 역할이었다고 공 감독은 전했다.

'무방비도시'에서 조연으로 호평받은 김해숙(53)은 9일 개봉되는 '경축! 우리 사랑'의 주인공을 맡아 중년 아줌마도 욕망이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또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인 '마더'에는 김혜자(67)가 전격 캐스팅됐다.

'괴물'로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감독의 신작에서 60대 후반 배우가 당당히 주연을 맡은 것이다.

업계는 이에 대해 스타보다 작품성을 선호하는 관객들의 성향에 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태희의 '싸움',전지현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송승헌.권상우의 '숙명' 등 젊은 스타들을 내세운 작품이 잇달아 흥행에 실패한 것도 큰 자극이 됐다.

제작비 절감도 한 요인이다.

한국 영화 편당 제작비는 2001년 25억5000만원에서 2006년 40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당연히 배우 출연료를 줄여 제작비의 '거품'을 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맥스창투의 이동희 이사는 "할리우드처럼 충무로에서도 이제 중견 배우들이 대접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백윤식이나 변희봉 등은 이미 수준급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