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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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한테 칭찬 받는 사위.시어머니한테 귀염 받는 며느리.주인 험담 안하는 시종.''한 수 위인 사람이 읊어보낸 시에 답장 쓰기.다 큰 자녀의 잘못을 남에게 들었을 때 아이를 앞에 두고 내 의견 말하기.' 앞의 것은 '흔치 않은 것', 뒤의 것은 '난감한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1001년 일본의 상궁 세이 쇼나곤(淸少納言)이 썼다는'마쿠라 노소시(枕草子)'에 나오는 대목이다.
수필집이라지만 실은 일기 모음이었던 듯한 책은 1000여년 전 일본의 사회상을 그대로 펼쳐낸다.
뿐만 아니라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살이의 근간을 보여준다.
글,특히 일기는 이렇게 쓴 사람의 개인적 정황과 생각은 물론 당대의 세상 풍경을 고스란히 전한다.
42년 동안 쓴 '아미엘의 일기'로 유명한 스위스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1821~1881)에 따르면 일기는 또 삶을 위로하고 치유한다.
잘 쓰여진 일기가 시나 소설보다 더 오랜 세월,더 큰 공감을 자아내는 건 그런 까닭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1598)의 '난중일기(亂中日記)'중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 밝혀졌다는 소식이다.
순천향대 노승석 대우교수가 '충무공유사(忠武公遺事)'를 번역한 결과 정조 19년(1795년)에 펴낸 '이충무공 전서'에 없는 을미년(1595년) 일기 등 32일 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난중일기'는 문자 그대로 일기인 만큼 처음부터 이름이 있었던 게 아니다.
충무공을 기리는 마음이 각별했던 정조가 윤행임 유득공 등 규장각 검서관에 맡겨 정리,간행하면서 편의상 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 편찬 과정에서 편집자의 시각이 작용했던 것인지 군데군데 누락됐던 모양이다.
새로 나온 대목엔 꿈에 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권율 원균 등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이 드러난다.
탁월한 장수요,둘도 없는 충신이었던 그도 제 잇속만 챙기거나 자신을 음해하는 이들에 대한 미움은 어쩔 수 없었던 건지.그러니 어떠랴.너무도 인간적인 바로 그 모습이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시는 것을.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1001년 일본의 상궁 세이 쇼나곤(淸少納言)이 썼다는'마쿠라 노소시(枕草子)'에 나오는 대목이다.
수필집이라지만 실은 일기 모음이었던 듯한 책은 1000여년 전 일본의 사회상을 그대로 펼쳐낸다.
뿐만 아니라 1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살이의 근간을 보여준다.
글,특히 일기는 이렇게 쓴 사람의 개인적 정황과 생각은 물론 당대의 세상 풍경을 고스란히 전한다.
42년 동안 쓴 '아미엘의 일기'로 유명한 스위스 철학자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1821~1881)에 따르면 일기는 또 삶을 위로하고 치유한다.
잘 쓰여진 일기가 시나 소설보다 더 오랜 세월,더 큰 공감을 자아내는 건 그런 까닭이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1545∼1598)의 '난중일기(亂中日記)'중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이 밝혀졌다는 소식이다.
순천향대 노승석 대우교수가 '충무공유사(忠武公遺事)'를 번역한 결과 정조 19년(1795년)에 펴낸 '이충무공 전서'에 없는 을미년(1595년) 일기 등 32일 치가 나왔다는 것이다.
'난중일기'는 문자 그대로 일기인 만큼 처음부터 이름이 있었던 게 아니다.
충무공을 기리는 마음이 각별했던 정조가 윤행임 유득공 등 규장각 검서관에 맡겨 정리,간행하면서 편의상 붙인 것이다.
그런데 이 편찬 과정에서 편집자의 시각이 작용했던 것인지 군데군데 누락됐던 모양이다.
새로 나온 대목엔 꿈에 본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권율 원균 등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이 드러난다.
탁월한 장수요,둘도 없는 충신이었던 그도 제 잇속만 챙기거나 자신을 음해하는 이들에 대한 미움은 어쩔 수 없었던 건지.그러니 어떠랴.너무도 인간적인 바로 그 모습이 읽는 이의 가슴을 적시는 것을.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