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 "6년 만의 음악작업, 새 용기를 얻었다"
이승환의 '덩크 슛',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가 한 작곡가의 감성에서 태어났으리라 떠올리긴 쉽지 않다.
"다양한 형태의 음악을 하려고 애쓴 덕택이죠."
싱어송라이터 김광진(44)은 어찌 보면 당연한 대답을 중량감 있게 표현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는 1991년 한동준의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의 작곡가로 데뷔했다.
'아~' 하고 떠올리게 만드는 대표곡은 1994년 결성한 더 클래식 시절 히트한 '마법의 성'.
"음악적으로는 아직 저의 대표곡이 안 나왔다고 생각해요.
얼마든지 더 좋은 곡을 쓸 가능성이 있거든요.
여건이 안 맞고 제 의지가 부족했던 탓이죠. 계속 더 좋은 곡이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투잡스'란 빠듯한 여건 속에서도 기대감으로 충만해 새 음반 '라스트 데케이드(Last Decade)'를 발표했다.
2002년 4집 '솔베이지' 이후 6년 만이어서 반갑다.
작사ㆍ작곡가 겸 가수인 김광진은 현재 동부자산운용 리서치팀 팀장이기도 하다.
현직 금융인으로 꾸준히 음악활동을 해온 유일한 존재이며 지난해 동부자산운용의 '더 클래식 펀드 시리즈'를 론칭 및 운용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새 음반에는 '아는지' '스틸 빌롱스 투 유(Still belongs 2 U)' '행복을 주는 노래' 등 신곡 세 곡과 히트곡을 모았다.
다음은 김광진과의 일문일답.
--신곡이 세 곡만 들어 있어 아쉬움도 남는데.
▲요즘 한 음반에 신곡 10곡을 넣는 건 의미 없다.
소개도 안 되고 빠르게 사장되지 않나.
2002년 4집 '솔베이지' 이후 6년 만이니 공백이 길었다.
대중이 나를 잘 모르거나, 내 음반을 레코드점에서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됐기에 대표곡을 모아봤다.
레코드점에 내 음반이 진열된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팬들에게 소장 가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음반 제목이 '라스트 데케이드'인데, 지난 10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솔베이지' 음반은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당시 활동 시스템 등 여건이 좋지 못했다.
솔직히 지난 6년간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간 음악작업도 못했고 암울한 침체기였다.
지난해부터 녹음실에서 작업하며 참 행복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일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또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왜 굳이 10년으로 경계를 구분했나.
▲1994년 건반주자인 박용준과 더 클래식을 결성해 1997년 마지막 음반이 나왔다.
1998년 솔로로 데뷔한 셈이니 10년이 됐다.
--음반에 담긴 신곡 얘기 좀 해달라.
▲'아는지'는 발라드인데 굉장히 어쿠스틱하고 편하다.
'스틸 빌롱스 투 유'는 스윙 리듬의 곡으로 내가 처음 약간의 랩도 했다(웃음). 아니 읊조림이다.
리듬이 있는데 무척 슬프다.
'행복을 주는 노래'는 재미있다.
축구 교실에 다니는 아들(초등학교 5학년)이 축구하는 모습을 어릴 적 영상과 편집해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는데 마음에 쏙 든다.
베스트 수록곡으로는 '사랑의 서약' '잘 지내나요' '진심'을 다시 불렀고 '편지' 동경소녀' '마법의 성' 등 꽤 알려진 곡들을 추렸다.
--가족이 참여한 곡도 있다던데.
▲아들, 딸(초등학교 3학년), 내가 함께 부른 팝송이 하나 있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Polar Express)'의 삽입곡 '웬 크리스마스 컴스 투 타운(When Christmas Comes To Town)'이다.
--금융권 업무와 음악작업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예민한 일이라는 점이 비슷하다.
그리고 사람의 감정도 들어간다.
금융의 운용도 냉정해야 하는데 잘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주식 투자도 아트라고 하듯이 여러 이론이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직관이 필요하다.
두 가지 일 모두 나에게는 잘 맞다.
--1990년대 함께 활동한 음악인들이 많이 복귀해 힘나지 않나.
▲유희열, 김동률에 이어 최근엔 정재형 씨까지 음반이 나온다니 신기하더라. 뮤지션이라고 인정할 만한 이들의 공연이 매진되는 등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음반이 많이 팔릴지는 의문이다(웃음).
--동방신기, 조성모, 성시경, 김범수 등 참 많은 가수들이 김광진 씨 곡을 리메이크했는데.
▲덕택에 내 곡이 오랫동안 잘 살아남은 것 같다(웃음).
--더 클래식으로 음반이 나올 가능성도 있나.
▲함께 했던 박용준 씨는 이번 음반에서도 내가 곡을 만들면 편곡에 참여했다.
4월20~21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에도 건반으로 참여한다.
언젠가 더 클래식으로 음반을 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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