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갑상선암 신규 발생률이 7년 전에 비해 무려 2~3배 폭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형병원에는 암 제거수술을 받기 위해 몇 개월씩 기다리는 환자가 적체돼 환자와 가족들이 초조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음파검사의 확산으로 늘어난 갑상선암을 놓고 환자들의 궁금증과 의문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갑상선암의 여러 종류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은 유두상암은 80~90%를 차지한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유두상암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5년 79.1%에서 2006년 94.5%로 급증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유두상암의 비율이 98.0%를 차지했다.

유두상암은 '순한 암'이어서 6~12개월 수술이 늦어져도 암이 커지거나 전이될 염려는 없다는 게 의사들의 견해다. 주목할 점은 유두상암의 대부분 크기가 1㎝ 미만의 미세암이라는 것. 2006년의 경우 서울아산병원은 유두상암의 56.0%,신촌세브란스병원은 61.1%가 미세암이었다.

문제는 미세암을 수술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 미세암은 사망할 확률 1% 미만,재발률 5%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미세암이 임상적으로 양성종양의 특성을 갖는 데다 크기가 큰 현성 유두상암보다 주위 조직을 침범하거나 목에 있는 림프절로 전이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굳이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견해가 바뀌었다. 허민희 관동대 제일병원 외과 교수는 "미세 유두상암도 유전적 암 유발 단백질의 발현 양상이나 임상진행 결과로 볼 때 침습성(인접 조직이나 장기로 파고 드는) 유두상암의 초기일 것으로 판단돼 지금은 가급적 빠른 치료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80~90세까지 장수한 사람을 대상으로 부검해보면 5~10%(심지어 10~30%)에서 갑상선암이 발견됐다는 기존 연구와 갑상선암에 걸려도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95%에 육박하는 치료성적을 감안하면 갑상선암이 과잉 진단되고 수술이 남발되지 않느냐는 게 환자들의 솔직한 의구심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전제로 한 모 대학병원 교수는 "10명 중 7명이 갑상선암의 씨앗을 갖고 있다고 할 정도로 갑상선암은 조직병리학적 실체가 모호하다"며 "미세암의 전이 위험성이 높은지,반드시 제거해야 하는지,또는 수술하더라도 갑상선 전부를 절제해야 하는지는 의학계 전체가 나서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세암이면서 전이가 없는 경우 해당부위만 절제하는 부분절제술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나 한쪽만 절제할 경우 반대쪽에서 암이 발생할 잠재적 가능성이 15%가량 된다는 이유로 전부 절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럴 경우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먹는 불편과 삶의 질적 저하가 상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검진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갑상선암은 암의 일반적 원인으로 알려진 유전자이상,비만,공해,고지방식,흡연,스트레스 등과의 인과관계가 상대적으로 희박하기 때문이다. 또 전체 갑상선암의 0.8~1%를 차지하는 미분화암(역형성암)의 경우 발견 즉시 4기로 취급될 정도로 치사율이 높아 빠른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