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친 MBC `PD수첩'의 한학수 PD는 27일 "논문 조작 사건은 황교수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대 BK21 화학분자공학사업단 화학부 정규세미나에서 `과학과 진실: 황우석 사태와 한국사회'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PD는 "논문 조작 사건은 과학, 언론, 정치권력의 삼각 동맹이 만들어낸 산물"이라며 "황 교수가 서울대를 나가면 끝나는 문제가 아니고 그 이후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있고 일시에 해결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황교수 사태 이후 한국사회가 얻은 것은 과학자들의 마음에 `조작하다 걸리면 큰일난다'는 두려움"이라며 "그런 문제들에 대해 견제하기 시작한 것이 큰 변화이고 과학자들이 두려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한 PD는 또 "과학자들이 연구결과를 조작하는지 알 수 없지만 대부분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은 안다"며 "정권 차원에서 이공계의 위기를 스타 과학자로 가리려 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과학을 중시하고 인문.예술은 등한시했는데 이런 사태도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라는 고민과 철학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철학 교육이 바탕이 돼야 한다.

과학자도 업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가 왜 과학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PD는 한국 과학의 기반과 문화에 대해 다큐멘터리로 다뤄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며 강연을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이세원 기자 mong071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