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외국기업 유치에만 공을 들일 뿐 '보살핌'이 없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주자,정착자이지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가 2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12명의 주한유럽상의 간부들이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품었던 불만사항들을 쏟아냈다.
장 마리 위르티제 신임 회장은 "한국은 대단한 경제적 성공을 거뒀지만 사업환경은 아직까지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뒤처져 있다"며 한국의 열악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지속적인 번영을 구가하려면 외국인 투자를 가로막는 갖가지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유치만 하고선 손 놓는 이상한 나라'

주한유럽상의는 외국인 투자유치 과정에선 협조를 약속하고선 일단 투자가 성사되면 '뒷짐'을 지거나 불합리한 규제를 가하는 한국 정부의 모순적인 행태를 꼬집었다.

위르티제 회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은 투자를 유치할 때는 적극적으로 돕다가도 일단 투자가 결정된 후엔 비협조적으로 돌변한다"며 "지자체들의 모순된 태도 때문에 투자를 망설이는 외국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네덜란드계 생명공학 회사인 '베르나 바이오텍'의 사례를 들었다.

경기도 용인시에 공장을 운영 중인 이 회사는 땅주인인 녹십자사와 2015년까지(5년 자동연장 포함) 공장부지를 사용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을 맺었으나 용인시가 갑자기 분당선 지하철 연장과 경전철 건설을 이유로 2009년 1월까지 공장을 이전하라고 요청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한스 베른하르트 메어포르트 부회장은 "외국기업을 유치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공장을 지은 외국기업들이 투자에 대한 지속적인 보살핌을 받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한유럽상의는 또 화장품회사가 TV,인쇄매체 등에 광고를 할 때도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나 한국화장품협회로부터 사전에 검열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이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세청이 일부 위스키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보틀링(내용물을 병에 담는 것)의 절반가량을 한국에서 하도록 추진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놨다.

◆'투자자'로 대접받지 못한다

EU(유럽연합)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금액이 전체 외국인 투자의 41.2%를 차지하고 있는 데도 어엿한 '투자자'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위르티제 회장은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인은 투자자이자 거주자,정착자이지 아웃사이더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는 "한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는 2006년 112억4000만달러에서 2007년 105억1000만달러로 6.5% 하락하는 등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상기시키고는 "한국에는 기업과 관련된 복잡한 규제가 너무 많아 모두 지키기 힘든 실정"이라며 규제개선을 촉구했다.

최근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책에 대해서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등 문제의 소지가 많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