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도시 < 방송인 www.cyworld.com/idadaussy >

지난주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일이다.난 뉴스를 보고 있었고,남편은 난로에 불을 피우고 있었다.그때 방에서 놀던 큰애가 내게 물어볼 게 있다며 뛰어나와 질문을 한 후 베란다에서 귤을 챙겨 황급하게 거실로 뛰어오다 벽에 꽝하고 머리를 부딪쳤다.

엉엉 울며 어리광을 부리려 내게 다가온 아이에게 상처가 없는 것을 보고 "됐어,조심해서 다녀! 열한 살짜리 아이가 왜 이렇게 급하게 다녀"라고 냉정하게 말했다.이때 거실로 다가온 남편이 내가 아이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고,우리 큰아들이 머리를 부딪쳤네!"라며 45㎏이나 나가는 아이를 두 손으로 번쩍 안고 벽쪽으로 가서 "때찌,때찌! 나쁜 벽! 우리 아들을 아프게 했다!"며 벽을 때렸다.물론 남편의'때찌,때찌!'가 옛날처럼 자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아들한테는 아직도 '때찌! 때찌!'소리를 자주 한다.난 매번 그것을 보고 당황스러울 뿐이다.

나는 남편과 생각이 다르다.

우리 꼬마들이 넘어진 것은 조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땅바닥,벽,테이블 탓이 아니다.

넘어지거나 부딪친 아이가 심하게 다치지 않았다면 "일어나라,다음부터는 조심해서 다녀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아이의 책임감이 커지고 강하게 자랄 것이다.

아이의 조심성 없는 행동으로 생긴 일을 아이 기분에 맞추기 위해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자녀의 무책임성을 키워주는 꼴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누구 때문,무엇 때문…'이란 식으로 책임 소재를 애매하게 돌리면 아이가 좋은 인성을 가질 수 없다.

스스로 조심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도 '~때문에' 생긴 문제가 돼 버린다.

또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아플 텐데도 "괜찮아"라고 말하면 애들한테 매우 답답한 느낌만 갖게 한다.넘어진 아이는 분명 아플 것이다.아픈 느낌을 인정하면서 필요하면 아이를 안고 "잘 봐,함부로 행동하거나 다니면서 부딪쳤어.아프지? 너 때문이야.그래도 이제 알았으니까 조심해서 다녀!"라고 말하는 게 '모범답안'이다.

문제나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누구'나 '무엇' 때문이 아니다.준비되고 않고 엉뚱한 행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아직 덜 배워서 '잘 안 되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고 행동을 고쳐서 다시 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실수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 바르고 멀리 갈 수 있도록 일찍부터 교육시켜야 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