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강남불패 vs 강북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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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야 할 것은 가격이 오르지 않은 서울 강북지역의 부동산입니다."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11월.헤지펀드계의 '큰 손'인 짐 로저스(Jim Rogers)가 한국에서 열린 투자 관련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그는 "거품이 있는 강남 부동산은 팔고 언젠가는 개발될 강북에 투자할 때"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로저스의 예상은 1년4개월이 흐른 지금 맞아떨어지고 있다.
물론 금융전문가인 로저스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정통했다기보다는 '강북→강남→강북'이라는 부동산 순환론에 바탕을 두고 말했을 개연성이 크다.
미친 듯이 치솟던 '버블세븐'지역(서울 서초ㆍ강남ㆍ송파구ㆍ목동,경기 분당ㆍ용인ㆍ평촌)의 중ㆍ대형 아파트값은 급락세다.
지난해 최고 39억원에 팔렸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아파트 215㎡(65평)형은 현재 6억원이 떨어진 33억원짜리 급매물로 나왔다.
이런데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한강 다리를 건너오면 상황은 반대다.
소외됐던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은평구 등에서는 중소형 아파트와 노후 단독주택,연립주택을 중심으로 값이 뛰고 있다.
이 곳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데다 외곽순환도로 완전개통,경전철 개통예정 등 호재를 만났다.
뉴타운 35곳 중 23곳이 강북에서 개발 중이고 용산 국제업무단지 등 도심재개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강남 대형 아파트의 버블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으로 꺼지는 대신 뉴타운 개발 등의 기대로 강북 집값이 오르는 것을 균형론에서 보면 합리적이다.
문제는 실수요자가 아닌 일부 '묻지마 수요'와 이에 따른 피해다.
1970년대부터 말죽거리 등에서 재미를 본 복부인들은 강북 뉴타운 후보지의 중개업소에 "매물이 나오면 가격불문하고 연락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겨놓고 있다.
33㎡(10평)짜리 미만을 3.3㎡(1평)당 1500만원에 사서 5000만원에 팔았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러다보니 불안한 전세 거주자들도 '강남행'은 놓쳤지만 '강북행'이라도 잡아야겠다며 많이 오르지 않은 성북구 정릉,은평구 수색,서대문구 홍은동 주변을 '보물' 찾듯이 캐고 있다.
강남에서 집을 사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강남불패' 신화가 깨지는 자리에 강북지역은 기어코 오른다는 '강북필승' 내지는 '강북대세론'이 자리잡는 형국이다.
강북 집값 불안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서민이다.
우선 무주택 서민들의 낭패감이 크다.
게다가 땅값이 오른 상태에서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사업이 추진돼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원래 살던 서민들의 자금부담(조합원 부담금)은 늘어난다.
상당수 서민들은 자금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값싼 집을 찾아 외곽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1970,80년대 서울 청계천 판자촌 등에서 도시미관을 위한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원주민들이 성남 등으로 쫓겨났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불패'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욕을 먹었다.
이명박 정부가 '강북필승론'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6년 11월.헤지펀드계의 '큰 손'인 짐 로저스(Jim Rogers)가 한국에서 열린 투자 관련 컨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그는 "거품이 있는 강남 부동산은 팔고 언젠가는 개발될 강북에 투자할 때"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돈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로저스의 예상은 1년4개월이 흐른 지금 맞아떨어지고 있다.
물론 금융전문가인 로저스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정통했다기보다는 '강북→강남→강북'이라는 부동산 순환론에 바탕을 두고 말했을 개연성이 크다.
미친 듯이 치솟던 '버블세븐'지역(서울 서초ㆍ강남ㆍ송파구ㆍ목동,경기 분당ㆍ용인ㆍ평촌)의 중ㆍ대형 아파트값은 급락세다.
지난해 최고 39억원에 팔렸던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아파트 215㎡(65평)형은 현재 6억원이 떨어진 33억원짜리 급매물로 나왔다.
이런데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한강 다리를 건너오면 상황은 반대다.
소외됐던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 은평구 등에서는 중소형 아파트와 노후 단독주택,연립주택을 중심으로 값이 뛰고 있다.
이 곳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데다 외곽순환도로 완전개통,경전철 개통예정 등 호재를 만났다.
뉴타운 35곳 중 23곳이 강북에서 개발 중이고 용산 국제업무단지 등 도심재개발 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강남 대형 아파트의 버블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으로 꺼지는 대신 뉴타운 개발 등의 기대로 강북 집값이 오르는 것을 균형론에서 보면 합리적이다.
문제는 실수요자가 아닌 일부 '묻지마 수요'와 이에 따른 피해다.
1970년대부터 말죽거리 등에서 재미를 본 복부인들은 강북 뉴타운 후보지의 중개업소에 "매물이 나오면 가격불문하고 연락주세요"라는 쪽지를 남겨놓고 있다.
33㎡(10평)짜리 미만을 3.3㎡(1평)당 1500만원에 사서 5000만원에 팔았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러다보니 불안한 전세 거주자들도 '강남행'은 놓쳤지만 '강북행'이라도 잡아야겠다며 많이 오르지 않은 성북구 정릉,은평구 수색,서대문구 홍은동 주변을 '보물' 찾듯이 캐고 있다.
강남에서 집을 사면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강남불패' 신화가 깨지는 자리에 강북지역은 기어코 오른다는 '강북필승' 내지는 '강북대세론'이 자리잡는 형국이다.
강북 집값 불안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서민이다.
우선 무주택 서민들의 낭패감이 크다.
게다가 땅값이 오른 상태에서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사업이 추진돼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원래 살던 서민들의 자금부담(조합원 부담금)은 늘어난다.
상당수 서민들은 자금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값싼 집을 찾아 외곽지역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1970,80년대 서울 청계천 판자촌 등에서 도시미관을 위한 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원주민들이 성남 등으로 쫓겨났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불패'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욕을 먹었다.
이명박 정부가 '강북필승론'에 대한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
정구학 건설부동산부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