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투자 원칙이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노리고 겁없이 '몰빵 투자'를 서슴지 않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어쩌다 한두 번 운이 좋아서 고수익을 올릴 수도 있지만 단기 몰빵 투자의 끝은 대부분 보잘것없다.

미래에셋증권에서 펀드 판매 사령탑을 맡고 있는 이만희 마케팅본부장(상무)도 장기.분산 투자 원칙이 성공적인 펀드 투자의 보증수표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실행력이다.

"장기로 잘 분산해서 투자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의외로 간단한 성공적인 자산관리 비법이 바로 장기.분산 투자라고 강조해도 이 비법을 실천하는 고객은 그리 많지 않죠."

국내 펀드 판매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미래에셋증권의 펀드 영업을 총괄하는 이 본부장은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 두 가지를 소개했다.

먼저 실패 사례다.

예전에 이웃에 살던 한 아주머니가 이 본부장의 아내를 통해 수천만원의 돈을 굴려 달라고 부탁해왔다.

일반 고객도 아니고 매일 마주치는 사람이어서 잘해야 본전이란 생각이 앞섰다.

부담스러운 요청이라고 해서 마냥 거절할 수만도 없었다.

그래서 최소 1년 이상의 여유자금인지,진득하게 장기 투자를 할 각오가 돼 있는지를 여러 번 반복해서 다짐받았다.

5~6개월 만에 돈이 꽤 불어나자 생각이 바뀐 아주머니는 장기 투자 약속을 저버리고 환매를 요구했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며 말렸지만 막무가내였다.

사건은 그날 밤 터졌다.

미국에서 대형 테러 사태가 발생했고 다음 날 증시는 폭락했다.

환매 신청 다음 날 종가로 계산하다 보니 수개월 동안 쌓아온 수익을 다 까먹고 원금까지 일부 잃었다.

이 본부장은 "장기 투자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얼마라도 수익이 생기면 돈을 손에 쥐고 싶은 욕심에,원금을 약간이라도 잃으면 불안한 마음에 환매를 생각하게 되지만 스스로 장기 투자를 서약하는 각서를 쓰는 심정으로라도 장기 투자 원칙을 지켜야 성공투자를 보장받는다"고 강조했다.

장기 투자로 성공한 사람도 있다.

2001년 초 본사에 있는 영업부 지점장을 할 때였다.

대림동에 사는 50대 남성이 이 본부장을 만나 4200만원을 펀드에 넣었다.

이 남성은 이 본부장의 장기 투자 원칙을 정말 충실하게 지켰다.

현재 그가 거둔 수익률은 800%에 달한다.

투자금이 4억원 가까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그는 이 본부장의 팬이 됐다.

지금까지 펀드 계좌를 20개 넘게 개설했고,친구와 친척 50여명을 이 본부장에게 소개했다.

이들 중 7명은 이 본부장과의 인연을 이어 가려고 좋은 친구로 평생 만나자는 의미가 담긴 '평생회'라는 모임까지 만들었다.

이 본부장은 "주식을 사고 파는 것처럼 펀드도 쉽게 환매하려는 투자자가 많지만 그렇게 해선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그런 투자자는 자기가 시장을 판단하겠다는 다소 오만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에게 맡겨 달라"며 "주가는 오르기만 할 수도 없고 내리기만 할 수도 없는 만큼 전문가에게 장기 투자를 맡기면 사실상 투자 리스크(위험)는 없다"고 단언했다.

장기 투자와 함께 분산 투자 역시 이 본부장이 첫손에 꼽는 성공 투자 노하우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가 열풍을 일으키자 수억원을 들고 와서 몽땅 넣어 달라는 투자자들이 많았습니다.

유망하다 싶으니까 앞뒤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몰빵 투자를 하겠다는 거였죠.최근엔 석유 금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자 몰빵 투자자들이 다시 늘어났어요.

원자재 펀드에 한꺼번에 넣어 달라는 것입니다."

몰빵 투자를 떼쓰는 투자자들에게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바로 미래에셋 자산관리 프로그램인 'MP'(모델 포트폴리오)다.

MP는 △고수익 추구형 △안정 성장형 △안정형 등 3가지 포트폴리오로 짜여져 있다.

각 포트폴리오별로 지역별 투자 비중이 다르게 구성돼 있다.

이 비중은 매월 초 열리는 자산배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투자자가 우선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면 지역별 투자 비중에 맞게 각종 펀드 중에서 여러 개를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MP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2007년 6월 선보인 이후 지난 7일까지 고수익 추구형을 기준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의 벤치마크인 'MSCI 월드지수' 대비 16%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 본부장은 "자산배분위원회에는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물론 마케팅본부 담당자들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점장도 참석시켜 MP의 지역별 비중을 결정한다"며 "펀드 시장의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작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MP가 추천하는 해외와 국내 자산배분 비율은 7 대 3"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3의 비율도 너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인데 30%를 국내 자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사내에서 '펀드 애널리스트' 조련사로 통한다.

고객들에게 좋은 펀드를 추천할 수 있으려면 국내외 경제 및 기업 동향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현재 이 본부장이 이끌고 있는 마케팅본부에 8명의 펀드 애널리스트가 뛰고 있다.

이들이 세운 전략을 미래에셋증권 149개 지점의 약 1100명 직원이 고객들에게 설명한다.

이 본부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은행 PB(프라이빗 뱅커)를 거쳐 미래에셋증권에서 6년간 지점장을 맡았다.

그는 "과거처럼 고객 관리 목적으로 명절에 큰손들에게 갈비를 보내는 방식으로는 성공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수익률이 관건이고 이를 위해 장기 투자와 분산 투자 원칙을 지키도록 고객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장경영/사진=김영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