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당 80엔까지 엔화 가치가 올라가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동안 엔화값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 국제경제학자인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파이낸스연구과 교수(67)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세계 금융 혼란의 원인 중 하나로 '비정상적 엔저'를 꼽았다.

일본의 초저금리와 엔저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싼 엔화를 차입,고수익 외화자산에 투자하는 거래)가 국제 유동성을 늘려 거품을 유발했다는 지적이다.

노구치 교수는 도쿄대 응용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대장성(현 재무성) 관료도 거친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해 발간한 '자본개국론'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다.

―미국 금융 불안과 경기 후퇴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

달러값의 바닥은.

"지금까지 버블로 부풀어 올랐던 주택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내려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문제의 뿌리가 주택값 거품에 있기 때문이다.

환율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작년 8월 이후 엔화가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수준이 두드러진 '엔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엔화 가치가 더 오를 것이란 얘기인가.

"각 나라의 구매력 비교지표인 '빅맥지수'로 따져보면 간단하다.

맥도날드 햄버거인 '빅맥'은 전 세계에서 거의 동일 품질로 팔리는데 가격이 도쿄에선 276엔(과세 전),뉴욕에선 3.49달러다.

환율로 환산하면 달러당 79.08엔이 된다.

물가를 감안하면 그 정도 환율이 적정하다는 얘기다."

―미ㆍ일 간 금리 격차가 줄면 엔 캐리 자금이 대규모로 청산될 우려가 큰데.

"지난해 여름 피크를 이뤘던 엔 캐리 트레이드는 꾸준히 줄고 있다.

그게 엔화값을 밀어올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작년까지의 엔화 가치 하락은 거품이었다.

지금은 거품이 빠지고 환율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이다."

―세계적인 금융 혼란을 수습할 해법은 무엇인가.

"미국이 해야 할 몫이다.

시장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

유동성 공급으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의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적절한 타이밍에 적정한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 불안을 해소하는 게 우선 급하다."

―미국이 금융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1998년 금융위기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참고할 게 별로 없다고 본다.

일본의 금융위기와 미국의 위기는 성격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 주요 은행의 자체 불량 채권이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 미국에서 위기에 빠져 있는 건 증권화 상품에 투자한 금융회사들 아닌가.

일본보다는 투기적인 투자자들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