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Focus] '원칙론자 버냉키'의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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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버냉키도 어쩔 수 없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4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세계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몰락을 막기 위해 자금 지원을 단행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FRB가 비 은행 금융회사에 사실상의 구제금융을 실시한 것은 7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벤 버냉키 FRB 의장의 평소 원칙주의적인 성향에 비추어보면 그의 이런 결정은 파격적이다.
버냉키 의장은 "중앙은행은 순간의 상황 판단보다 가능한 한 일관된 원칙에 근거해 정책을 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온 소신파였다.
하지만 신용 시장의 붕괴가 월스트리트 주요 금융회사들의 존립을 위협하고 경기후퇴가 현실화하는 것으로 나타난 요즘 버냉키 의장은 쉴 새 없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발표 며칠 전에 FRB는 투자은행에 2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발표했고 재할인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조치 등을 취했다.
최근 미국 경제가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자 버냉키 의장도 자국 경제가 여전히 건전하다는 낙관론적 경제관을 포기했다.
금융시장 개입이 효과가 없다는 회의론과 대규모 금융회사를 구제하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온다는 주관도 제쳐두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중앙은행과 규제 기관이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금융회사를 규제할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그다.
그 첫 번째 변화는 지난해 8월17일 재할인 창구를 개설했을 때였다.
당시 유동성 위기에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시달리고 있을 때 FRB는 처음에는 미 재무부 채권을 사고파는 공개시장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려 했다.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버냉키는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긴급히 지원할 수 있는 통로인 재할인 창구를 통해 금융회사가 자금을 공급받도록 했다.
후에 기간입찰청구제도(TAF)를 통해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이달 들어선 1000억달러까지 유동성을 확대했다.
최근 베어스턴스 구제금융 등 버냉키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노력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의 새로운 대책이 근본적인 신용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위기에 노출된 금융회사의 지불능력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14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세계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의 몰락을 막기 위해 자금 지원을 단행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FRB가 비 은행 금융회사에 사실상의 구제금융을 실시한 것은 7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다.
경제학 교수 출신인 벤 버냉키 FRB 의장의 평소 원칙주의적인 성향에 비추어보면 그의 이런 결정은 파격적이다.
버냉키 의장은 "중앙은행은 순간의 상황 판단보다 가능한 한 일관된 원칙에 근거해 정책을 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온 소신파였다.
하지만 신용 시장의 붕괴가 월스트리트 주요 금융회사들의 존립을 위협하고 경기후퇴가 현실화하는 것으로 나타난 요즘 버냉키 의장은 쉴 새 없이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발표 며칠 전에 FRB는 투자은행에 2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발표했고 재할인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는 조치 등을 취했다.
최근 미국 경제가 위험하다는 위기감이 급속히 확산되자 버냉키 의장도 자국 경제가 여전히 건전하다는 낙관론적 경제관을 포기했다.
금융시장 개입이 효과가 없다는 회의론과 대규모 금융회사를 구제하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온다는 주관도 제쳐두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중앙은행과 규제 기관이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금융회사를 규제할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그다.
그 첫 번째 변화는 지난해 8월17일 재할인 창구를 개설했을 때였다.
당시 유동성 위기에 미국의 금융회사들이 시달리고 있을 때 FRB는 처음에는 미 재무부 채권을 사고파는 공개시장 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려 했다.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버냉키는 금리를 인하하고 유동성을 긴급히 지원할 수 있는 통로인 재할인 창구를 통해 금융회사가 자금을 공급받도록 했다.
후에 기간입찰청구제도(TAF)를 통해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했으며 이달 들어선 1000억달러까지 유동성을 확대했다.
최근 베어스턴스 구제금융 등 버냉키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 노력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의 새로운 대책이 근본적인 신용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았고 위기에 노출된 금융회사의 지불능력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