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은행장 내정자(56)는 "적극적인 인수ㆍ합병(M&A)을 통해 하나은행을 2013년까지 리딩 뱅크로 키워 가겠다"고 17일 밝혔다.

김 내정자는 이날 하나은행장 후보추천위에서 행장 단독 후보로 결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은행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국민ㆍ우리ㆍ신한은행 등 다른 은행과 외형 경쟁을 지양하고 수익성 위주 경영을 한다는 기존 하나은행의 전략과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금융계는 김 내정자의 이 같은 발언을 하나은행의 공격 경영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구체적인 인수 대상에 대해서는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책은행뿐 아니라 매물로 나온 다른 시중 은행들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현재로서는 어느 한 곳을 거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적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영업과 대출 모집인을 통한 영업을 강화하겠다"며 "은행 후선 업무뿐 아니라 영업과 관련된 조직도 과감하게 아웃소싱해 영업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의 경영 목표는 뚜렷하다.

은행장 임기인 2010년까지 소매영업 부문에서 직원 1인당 생산성이 일등인 은행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선 올해는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거액의 거치식 펀드보다는 적립식 펀드나 방카슈랑스 판매에 주력할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정통 영업맨 출신답게 일선 영업 현장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모든 문제와 답은 영업 현장에 있다"며 "아래에서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주는 게 나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은행장은 부하를 이끄는 '리더십(leadership)'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아래에서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헬퍼십(helpership)'을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내정자는 평소에도 직원들에게 본인의 아이디어를 얘기하기보다는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칫 상사의 사소한 말이 조직의 창의성을 죽일 수 있다는 소신에 따른 경영 스타일이라고 하나 측은 전했다.

김 내정자는 옛 서울은행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1조7000억원대의 법인세 추징과 관련,"조세 불복 절차를 밟으면 반드시 승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평가돼 있는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반드시 올라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내정자는 부산에서 태어나 경남고와 성균관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1991년 하나은행 창립 멤버로 합류,가계고객사업본부장과 부행장 등을 거쳤다.

2006년 말 하나대투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자산 규모를 25조원에서 지난해 35조원으로 불렸으며 전년도의 4배가 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등 영업통의 면모를 과시했다.

김 내정자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거쳐 제4대 하나은행장에 오른다.또 하나금융그룹의 매트릭스 조직에서 개인금융BU 담당 부회장을 맡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