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것들은 만난 지 100일 됐다고 선물 주고 난리들인데,중년들은 만난 지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고 그냥 살면서 서로 싫증났다고 짜증만 낸다.

물론 꼬박꼬박 결혼기념일을 쇠고 있는 집들이야 깨가 됫박으로 쏟아질지 모르지만...우린 과연 며칠이나 된 걸까? 결혼한 지 10년이 됐다면 3650일이고 20년이 지났다면 7300일이다.

아마도 5000일을 세어 이벤트를 벌였다면 아내는 달기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남편의 넓디넓은 가슴팍에 팍 안겼을 것인데 누가 그런 짓을 해 봤을까?

자기 사전에는 절대로 그런 호사는 없을 것이니 쓸데없는 짓들 한다고 욕이나 하다가 친구들 중 누가 남편 양복 속에서 장미꽃을 짠- 하며 꺼내준 걸 받았다면 다들 부러워 죽거나 열 받아 죽을 것이다.

요즘 풋내기들이 특별한 날들을 만들어서 즐기는데 웃기는 것들이라며 경멸하는 소리까지 얹어서 지나쳐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코드가 안 맞다고 무조건 싫어할 일은 아니다.

할 일이 그렇게도 없느냐고 화를 내는 사람들은 안 하면 그만이다.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그냥 심드렁하게 살면 그뿐이다.

나이 들면서 똥배가 평수를 늘리더니,드디어 산달이 된 거 같은 배는 뭐 예쁜 줄 아는지? 게다가 씩씩거리며 숨쉬는 건 보기 좋은가? 코털 기어 나오지,볼 거 못볼 거 다 본 사이라고 마누라 앞에서 방귀 뿡뿡 뀌어대지.들쑤시고 자고 나면 머리는 까치집에서 비듬 떨어지지,얼굴은 번들거리는 개기름 흐르지...예쁜 구석 하나 없이 그저 팔자려니 하며 그냥 사는 거다.

사실 이런 날들을 꼭 남편이 챙겨야 하는 건 아니다.

살다보면 서로 심리적 피로를 느끼는데,이것을 어떻게 '풋풋했을 때의 그 모습으로 돌이킬 수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먼저 나서면 된다.

안 하던 짓을 처음 하려면 쑥스럽지만,그에 못지 않게 감동은 그야말로 판타스틱하다.

새록새록 변화하는 걸 다 따라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신나는 일에 갈증난 부부들에게는 요즘 유행하는 데이들이 더 없이 반가울 것이다.

"살기 바빠 죽겠는데 그런 거까지 챙기는 건 사치 아냐? 그러지 않아도 챙겨야 하는 날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다 뭘 더 보태.할 일 없는 것들이나 돈이 썩어나서 하는 짓들이지,그렇게 떠들썩해야겠어?내 눈에는 그저 시끄럽고,초콜릿이나 사탕껍데기처럼 겉만 번지르르하지 속알맹이가 없더구만..."

"그래도 그런 날이 있으니 서로 달콤한 거라도 주고받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같은 사람들이 뭔 낙이 있어? 젊은것들 욕하면서 슬그머니 따라하니 좋구만 그래. 그래서 한번 달착지근한 맛을 보는 거지.이왕이면 사탕 줄 때 사랑한다는 말도 끼워주거나 뽀뽀를 해야 한다는 전설도 슬쩍 넣었으면 좋겠어.신혼 때 말고는 생전 안 하다가 뜬금없이 어떻게 하냐고 하지 말고 그럴 때 미친 척하고 한번 해 보는 거지."

재혼전문업체 조사에 의하면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사별한 재혼 대상자들이 배우자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남성 30.6%,여성 46.3%가 '오늘도 수고했어'이며,그 다음은 '사랑해''당신이 최고야' 순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아내들은 남편의 포옹을 가장 좋아해서 아내의 사랑은행에 개설된 남편의 예금잔고를 늘릴 수 있는 좋은 찬스다.

족보에도 없는 기념일에 백해무익한 사탕 가지고 쌩쑈를 한다고 불어터진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부부가 초콜릿 같은 포옹이나 사탕 같은 키스를 하는 날로 바꿔서 한다한들 아무도 왜 그렇게 하느냐고 따지지 않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죽어도 안 나온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안 해봐서 못한다고만 하지 말고 처음부터 얼굴보고 차마 하지 못하겠거든 매일 들고 다니는 휴대폰은 뒀다 뭐하나? 사랑이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남기거나 문자메시지에 이모티콘까지 섞어서 찍어보내면 될 것 아닌가.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웃음이 나지만 돌아오는 답이 어떨까 기다리는 마음 또한 즐거울 것이다.

게다가 쌈박한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고받으며 입 안에서 살살 녹을 때,내친김에 설왕설래하다 보면 끈적한 밤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젊은이들이 비싼 선물 주고받으며 기분내는 날에 중년들은 아줌마,아저씨 버전으로 바꿔서 사랑을 하면 그 또한 고소하지 않을까?

한국성교육연구소 대표 /www.sexeducat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