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다.

해마다 4월이 되면 신규 보험료가 올라서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다음 달부터 암보험을 비롯한 보장성보험의 보험료가 최고 30%까지 오른다.

기왕 보험 가입의사가 있는 고객들은 서두르는 게 좋다.

◆어떤 보험 비싸지나

암보험과 특약 형태로 암을 보장하는 건강보험의 보험료가 5~10%가량 인상될 전망이다.

암보험료가 오르는 이유는 올해부터 통계청의 '한국표준질병 분류'에 경계성 암과 '암 이외의 질병'으로 규정됐던 질병들이 대거 암의 범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암의 범위가 넓어져 암보험 손실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보험사들은 보장범위와 보장금액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이 보험료 산출 방식을 변경한 것도 보험료 인상의 요인이 됐다.

현재는 암 같은 질병과 재해로 인한 입원비를 보장하는 보험료를 책정할 때 보험개발원이 제시한 표준위험률을 일률적으로 적용하지만 4월부터는 신규 가입자에 대해 보험사별 자체 경험위험률을 반영한다.

암 보험의 경험위험률은 표준위험률보다 높아 보험료가 올라가게 된다.

보험료 산출 기준 변화로 암 보험뿐 아니라 다른 보장성 보험의 보험료도 인상된다.

AIG생명은 입원과 수술을 중점 보장하는 'AIG 꼭하나 의료보험'의 보험료를 지금보다 30%가량 인상키로 했다.

신한생명도 '홈닥터건강보험Ⅱ''신한아이사랑보험 플러스'의 보험료를 5~10% 정도 올릴 예정이다.

동양생명도 '수호천사 하나로보장보험''수호천사 꿈나무 보험' 등의 보험료를 7% 정도 올리기로 했다.

녹십자생명은 '무병장수 평생의료보험'의 보험료를 10%가량 인상키로 했다.

다른 중소형 생보사들도 질병ㆍ상해담보 보험료를 10~20%가량 인상할 예정이다.

◆왜 하필 지금 인상하나

'월급 빼고 모든 게 올랐다'고 할 정도로 인플레 우려가 확산되는 지금 보험료까지 인상돼 가계부담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지금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보험사들은 3월 말 결산 법인이라 4월부터 새로운 1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4월은 일반인들에게 1월과 같은 셈이다.

뭐든 인상되면 새해부터 오르는 것처럼 보험업계에서는 4월에 보험료가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4월 못지 않게 10월에도 자주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그 때 반기결산이 끝나서다.

결국 4월이나 10월에 보험에 드는 것보다 서둘러 3월이나 9월에 가입하면 일반적으로 보험료를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다.

◆떨어지는 보험료도 있다

생보사뿐 아니라 손보사 상품의 보험료도 오른다.

손보사도 생보사처럼 오는 4월부터 경험위험률을 일정부분 반영해서다.

특히 병이나 상해로 인한 입원ㆍ통원비를 보장해주는 실손형 민영의료보험이 대표적이다.

단기 여행자보험의 보험료도 올라간다.

경험위험률 적용 폭은 내년에 더욱 넓어진다.

보험료 인상이 올해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내년 4월에는 생보사들이 생존,사망,재해담보에 대해 경험위험률을 새롭게 반영한다.

이 때문에 인기 상품인 연금보험과 종신보험의 보험료 체계가 달라진다.

평균수명이 계속 길어짐에 따라 현재로서는 연금보험료는 올라가고 종신보험료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연금보험은 가능하면 일찍 가입하면 좋고 종신보험은 그리 서두를 필요는 없게 된다.

단 종신보험은 젊을 때 들수록 내야 할 보험료가 줄어들어 가입시기에 따른 손익계산을 따져봐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험위험률을 적용하면 전반적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게 맞지만 나이와 성별에 따라 보험료가 떨어지는 계층도 있어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