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로 추락하며 달러당 100엔이 붕괴되고 글로벌 증시도 요동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 탓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0억달러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 뿐 미국 경제를 둘러싼 암운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미국의 경기 하강이 단순히 침체 국면을 넘어 1990년대 일본을 덮쳤던 깊고 긴 불황의 터널로 접어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마진콜(담보 부족에 따른 증거금 확충 요구) 위기를 점화시켰던 세계적인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산하 칼라일캐피털은 부도에 직면하며 신용위기 공포감을 높이고 있다.

칼라일캐피털은 이날 "채권단과 그동안 담보로 제공한 일부 모기지 자산에 대한 매각을 유보해 줄 것을 협의해 왔으나 불발됐다"면서 "채권단이 즉각 자산을 압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침체 여파로 미국의 지난달 소매매출이 예상외로 감소했다.미 상무부는 이날 2월 소매매출이 0.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0.2% 증가했을 것이라는 불룸버그뉴스의 예상을 뒤집은 것이다. 1월에는 소매매출이 0.4% 늘었었다.

이 같은 신용경색과 경기침체 국면에 초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까지 겹치면서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길고 깊은 '슬럼플레이션(slumplation)'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마저 나오고 있다.

슬럼플레이션이란 불황(slump)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둔화 속 물가상승을 나타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비해 경기침체 정도가 더욱 심한 상태를 말한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도 미국 경제가 유동성 악순환,케인스의 악순환,신용경색 악순환 등 '3중 악순환 사이클'에 빠져들고 있다며 비관적인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존 립스키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전 세계 통화정책 담당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경기 부양을 통해 글로벌 경제의 동반 침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