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간부 국채임대대출(TSLF)'이란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용경색의 주범으로 지적되는 모기지연계증권(MBS)을 담보로 잡고 현금과 마찬가지인 국채를 빌려줌으로써 신용경색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다.

그동안의 금기를 깨고 '시장 직접 개입'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우지수가 5년여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고 아시아 증시도 반등하는 등 글로벌 금융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용위기를 타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FRB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TSLF의 핵심은 국채 프라이머리 딜러에 총 2000억달러의 국채를 최장 28일 동안 빌려주는 대신 국책 모기지회사인 페디매 프레디맥과 다른 금융회사가 발행한 신용등급이 AAA인 MBS를 담보로 잡겠다는 것이다.

거래는 되지 않고 값만 떨어지는 MBS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유통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렇게 되면 프라이머리 딜러들은 보유 MBS를 일시적이나마 유동화시킬 수 있게 된다.

여차하면 시장에서 추가로 MBS를 사들일 수도 있다.

휴지조각이 되다시피한 MBS가 부분적이나마 거래될 수 있다.

당장 마진콜(margin callㆍ담보 부족에 따른 증거금 확충 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헤지펀드 등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MBS의 가격 하락이 멈추면 증거금을 확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FRB가 그동안 취해왔던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조치였다.

시장에 돈을 풀었지만 돈 흐름이 꽉 막혀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반면 TSLF는 MBS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이 다르다.

MBS가 부분적이나마 거래될 경우 효과는 연쇄적으로 나타나 신용경색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FRB의 조치 중 가장 창의적인 것(드루 매터스 리먼브러더스 이코노미스트)"이란 평가가 많다.

이날 다우지수는 416.66포인트(3.55%) 급등한 12,156.81로 마감했다.

2003년 3월 이후 5년여 만에 최대 상승률이다.

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도 반등해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TSLF는 일단 긍정적이다.

뿐만 아니다.

FRB는 돈을 직접 공급하는 게 아니라 국채를 빌려주는 형식을 취했다.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를 내되 인플레이션 압력은 덜겠다는 취지다.

게다가 이번 조치로 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는 부담도 줄었다.

FRB로서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묘수인 셈이다.

그렇지만 "이번 조치는 완벽한 해법도,마지막 해법도 아니다(크리스 위갠드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평가도 적지 않다.

우선 신용경색 해소엔 도움을 주겠지만 경기침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다.

집값 안정에도 전혀 효과가 없다.

또 MBS를 사들이는 게 아니라 담보로 잡는데 그치고 있다.

신용등급이 AAA인 MBS만 담보로 잡는다는 점도 한계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책 모기지회사가 발행한 MBS를 FRB가 직접 사들이거나 은행 이외의 금융회사에 FRB가 자금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 등 혁신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JP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는 "이 두 가지 방법은 이미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는 것"이라며 "FRB가 다음 카드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