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전 대통령 부부가 귀향한 지 보름여만인 12일 사저가 있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감청색 정장에 푸른 빛의 넥타이를 맨 노 전 대통령은 보라색 정장 차림의 권양숙(權良淑) 여사와 함께 이날 열린 봉하마을 종합복지회관 준공식에 참석해 마을 주민, 김종간 김해시장 등 지역기관단체장과 방문객 등 200여명의 참석자를 상대로 "고향 돌아온다고 큰 난리를 쳐 놓고 실제 어르신 모시고 인사하기는 처음"이라고 인사말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한분 한분 찾아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좋겠지만 집정리가 바빴고 그동안 손님들이 많이 와 갇혀 살았다"며 양해를 구한 뒤 큰소리로 "봉하마을에 전입신고드립니다"라며 주민들에게 정식으로 '신고'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참석자들중 김해시장과 시의회의장 등이 모두 한나라당 소속이라고 소개한 뒤 농담조로 "지난 5년동안 한나라당때문에 죽을 고생했다"면서 "그러나 고향오니까 한마음이 돼 귀향을 환영해주고 편안하도록 신경써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했으면 (고향위해) 덕되는 일 많이 해야하지만 제대로 못해 '당신 뭐해줬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옛날 왕조시절이면 끝냈을 일도 민주주의 시절이라서 친척과 마을챙기는 일이 안됐다"고 미안함을 표시했다.

또 "요즘 제일 궁금한 것이 '진영갈비 좀 팔리는가', '진영단감 사가는 사람이 있나', '봉하마을 왔던 사람이 수로왕릉에도 다녀가는가' 등에 마음이 쓰인다"며 최근 자신의 귀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는 것이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는가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노 전 대통령은 "(지역발전을 위해) 주민 의견을 듣고 도울 일 있으면 돕겠다"며 "물러났더라도 대통령하던 사람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안되는 것 빼고 동네 발전에 도움될 만하면 외부자본도 동원하는 등 노력해볼 것"이라며 '봉하마을 주민'으로써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편안한 삶을 살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마을이 되도록 노력하고 마을의 어르신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자주 와 달라'는 말로 인사말을 마쳤다.

앞서 김종간 김해시장은 축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을 모시고 시골마을의 복지회관 준공식을 가져 시장으로서 영광"이라며 "농촌을 지키는 노인들이 건강을 관리하는데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복지회관을 만들었으며 봉하마을이 미래가 보장되고 희망이 넘쳐나도록 가꿔나가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준공식을 마친 이후 종합복지회관에 들어가 체력단련실의 헬스기구를 직접 시승하면서 이 시설을 이용할 의사가 있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기와서 더 바쁘다"고 말하고 찜질방과 미니도서관 등을 둘러본 뒤 주민 50여명과 점심식사를 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준공식에 참석한 주민 등과 함께 마을 뒷산 일대에서 1시간여간 환경정화활동을 벌였다.

(김해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b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