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난달 물가 8.7% 폭등…금리 또 올릴까
중국의 2월 소비자물가가 정부의 연간 목표치(4.8%)의 두 배에 육박하는 8.7% 폭등하며 11년 만의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이나 위안화 평가절상 가속화 등 긴축 정책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미국 경기침체로 수출이 급속히 둔화되는 등 경기 또한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폭설 등의 영향으로 식품 가격이 크게 오르며 2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7% 상승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7.9%),중국은행(8.1%)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국가통계국은 지난 1월 말 중남부 지역을 강타한 폭설로 돼지고기 가격이 63.4% 뛰는 등 식품값이 23.4% 급등한 게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곡물과 원자재 가격 상승도 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앞서 발표한 2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3년 만의 최고치인 6.6%를 기록했다.

이처럼 물가가 뛰자 중국 정부는 강력한 인플레 억제를 재천명했다.

량훙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조만간 지급준비율을 올리거나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밍 중국국제금융공사 주임도 "금리를 큰 폭으로 두세 차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관측이 나돌면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장중 2% 가까이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금리를 당장 올리기에는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미국과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게 문제다.

지난해 중국이 여섯 차례 금리를 올린 결과 기준금리인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14%로 뛰었다.

미 기준금리 3.0%보다 높다.

중국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과 금리차가 더 벌어지고 투기자본인 핫머니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해외자금 유입에 대한 통제를 먼저 강화하고 금리정책을 써야 한다"(리더쉐 전 통계국장)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상(환율 하락)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수출 감소세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중국의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 줄어든 85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중국의 무역흑자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다.

로버트 쿠이지스 베이징주재 세계은행 수석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지금 1순위로 다뤄야 할 문제는 인플레가 아니라 세계경기 침체에 대한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미국의 대중국 수입이 155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드는 등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다가는 수출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떨어져 자칫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이동현 과장은 "다음 달에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은 작지만 그렇다고 큰 폭으로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대출 규제,가격 통제 등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행정 지도를 우선 강화하고 금리 인상이나 환율절상 가속화 등의 정책은 상황을 봐가면서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中 지난달 물가 8.7% 폭등…금리 또 올릴까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