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우려.신용경색 재부각 해결못할 것"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가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용론이 퍼져나가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리인하가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의 급락세를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구제책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나 신용경색 우려 재부각 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 "1월 금리인하 효과없었다"

비판론의 근거는 무엇보다 1월 FOMC의 금리인하가 과연 효과가 있었으냐는 회의에서 비롯된다.

글로벌 증시의 급락세와 신용경색, 부동산시장의 침체 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월 2차례에 걸쳐 1.25%포인트라는 파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약효는 그다지 없었다.

무엇보다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지난해 여름 못지 않게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최근 미국 국고채 10년물과 회사채 AAA등급 간 신용 스프레드는 IT 버블이 붕괴되던 2001년 2.7% 이후 최대치인 2.03%포인트까지 치솟아 신용시장의 자금경색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30년 모기지 금리는 FRB가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1월 말 5.48% 수준까지 떨어지는 듯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6.03%까지 올라버렸다.

대우증권의 윤여삼 애널리스트는 "FRB가 금리를 인하하면서 모기지 금리 부담자의 수혜를 가장 바랐을 터이지만 집값 하락으로 인해 FRB의 기대와는 달리 모기지 금리는 내려갈 기미가 안 보인다"고 말했다.

더구나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07달러선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FRB의 추가 금리인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중현 애널리스트는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2000년대초 골디락스(고성장 속 물가안정) 환경에서 누릴 수 있었던 초저금리 국면의 장기화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며 "연준이 활용할 수 있는 금리인하 수단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 "금리인하, 주식시장 호재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인하가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낮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 FRB의 금리인하가 주식시장에 미친 영향을 보면 금리인하 전에는 기대감으로 인해 증시가 상승했으나 정작 금리인하 이후에는 하락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FRB가 5.25%에서 4.75%로 기준금리를 낮춘 작년 9월에는 금리인하 후 5일 간 S&P지수의 하락률이 0.24%였으며, 금리를 4.50%로 낮춘 10월에는 -0.7%, 4.25%로 낮춘 12월에는 -2.26%, 3.00%로 낮춘 올 1월에는 -2.17%의 변동률을 보였다.

대신증권의 홍순표 애널리스트는 "금리인하가 이번에도 큰 폭으로 단행된다면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미국 경기가 정말로 안 좋구나'하는 불안감마저 퍼질 수 있어 호재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경기침체로 국제 원자재 가격은 진정될 가능성은 높지만 미국 부동산시장이나 금융시장의 안정은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어 당분간 주식시장의 강세장 전환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