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고객’들이 사라지고 ‘나쁜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기업용 IT솔루션 업체인 SAS인스티튜트의 전략가이자 세계적 성과관리전문가인 게리 코킨스.

최근 ‘소트 리더(thought leader) 시리즈’의 첫 번째 연사로 초청돼 강연회를 가졌다.소트 리더란 원래 학문이나 사상의 권위자를 일컫는 말로 한국경제신문 HiCEO가 세계적인 석학·전문가를 초청해 갖는 포럼 명칭이다.

코킨스는 이 행사에서 최근 들어 성과관리의 필요성이 왜 커지고 있는지를 '착한 고객'과 '나쁜 고객'의 비유를 들어 역설했다.그가 말하는 착한 고객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소비자인데 이제 이런 고객들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공급자에서 소비자로의 권력 이동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이제 나쁜 고객으로 명명되는 능동적 소비자들을 잡아내고 그 안에서 고객평생가치(CLV)에 따라 마케팅 비용을 배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10만원을 내고 치료를 받는 60세의 환자와 4만원 상당의 치료를 하는 25세 환자가 있다고 칩시다.수익성을 따지자면 60세 환자에게 집중해야죠.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는 25세 환자가 더 큽니다.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최적화된 마케팅을 펼치려면 이처럼 고객평생가치를 수치로 환산해 비용을 배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예산의 배분은 기업 최고경영자의 전략과 연계돼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과거 재무제표에 의존하고 있다.

코킨스는 "성과관리를 통해 고객가치를 적절히 파악하고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코킨스는 특히 한국의 경우 경영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즈니스 통합 시스템을 통해 한 조직의 전략을 관리하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성과관리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과관리 시스템을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ERP(전사적 자원관리),CRM(고객관계관리),SCM(유통망관리) 등등의 IT솔루션을 갖추고 있고 6시그마 등 다양한 경쟁력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를 한꺼번에 연결하질 못합니다."

그런 기업의 직원들은 대부분 자기 업무는 잘 알지만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물어보면 모호한 구호만 내놓게 마련이다.기업의 비전과 직원 행동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데서 생기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회사 내·외부에서 원천 자료는 쏟아지지만 이를 전략을 위한 정보로 활용하지 못한다.

그는 변화 빠른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전사적인 성과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의사결정의 속도 변화는 이제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됐습니다.각각의 책임자들이 의사결정을 빨리,정확하게 해야 됩니다.누구나 성과의 지표를 알고 거기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성과관리 없이 열심히 일해봐야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과거 방식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죠."

코킨스는 코넬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받았다.

지금은 기업용 IT솔루션 업체인 SAS인스티튜트의 전략가로 활동하며 많은 글로벌 기업에서 성과관리 자문활동을 벌이고 있다.'활동기준원가관리(Activity-Based Cost Management)'를 비롯한 그의 저서들은 성과관리 분야의 필독서로 꼽힌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