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에 입이랑 코만 내놓고 겨우 숨쉬고 있는 형편이다.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반월공단 A염색공장 사장) "더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도달했다.이대로 가다간 공장문을 닫거나 중국 등 제3의 국가로 공장을 옮길 수밖에 없다."(반월공단 B플라스틱 제조업체 사장)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르면서 전체 석유화학업계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호황을 누려온 울산 등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들은 생산량을 줄여나가면서,공장 셧다운(가동 중단)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석유화학 기초원료인 나프타가격은 지난 1년 사이 2배 가까이 폭등했지만 중동과 중국 업체들의 공급이 늘어나고 있어 제품 판매 가격에 원가 인상분을 반영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에틸렌,프로필렌,부타디엔 등 NCC업계는 앞으로 합성수지,합성섬유 등 다운스트림(하위제품을 만드는 업체) 부문의 감산에 따른 수요감소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섬유 등 하위제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갈수록 가격인상분을 반영하기 어려워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요감소,가격인하 요구 등 부메랑이 업스트림(상위제품 생산하는 업체) 분야로 되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파라자일렌(PX)의 경우 다운스트림인 합성섬유 불황이 역풍으로 돌아온 경우다.합성섬유 시황이 좋지 않다보니 중간원료인 테레프탈산(TPA) 가동률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곧 원료인 PX 수요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1차 임가공 납품 비중이 높은 플라스틱 섬유 화학업체들은 올 들어 원료가 폭등으로 인한 원가상승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하기는커녕 대기업들로부터 납품가 인하압력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반월공단의 한 플라스틱 업체 사장은 "공장을 돌릴수록 손실이 커지는 형국"이라며 "공장 가동을 최소화하고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닐포장재,PVC파이프 등 제조업체들도 외환위기 때 수준으로 공장가동률을 줄여가며 현 위기상황을 버텨내고 있다.PVC파이프 제조업체인 A사의 경우 한화화학 등 대기업에서 조달받는 원자재(PVC내진) 가격이 20% 이상 올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하지만 건설회사 지자체의 건축자재로 납품하는 가격은 예전 그대로다.

이 회사 사장은 "구조조정이나 원가절감만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며 "현 상태가 지속되면 하반기쯤엔 문닫는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염색ㆍ잉크제조업체들도 고유가로 인해 원가부담이 늘어나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S잉크업체는 용제인 톨루엔,메칠에칠케톤(MEK) 등이 지난해 말 대비 20% 이상 상승했지만,주 고객인 인쇄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지금 당장 폐업까지는 아니지만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하지만 이대로 가면 2~3년 후 300여개 정도인 공단 잉크업체 중 3분의 1은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월공단=이관우/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