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 회장(사진)이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호텔 못지않게 챙기는 회사가 있다.바로 롯데물산이다.1990년대 초 설립된 이 회사는 잠실 제2 롯데월드 개발이 주된 사업 분야다.

신 회장이 롯데물산을 챙기는 이유는 10여년을 끌어온 제2 롯데월드에 대한 그의 꿈과 관련이 깊다.신 회장은 잠실 제2 롯데월드 부지에 555m,112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지어 세계에 알리고 싶은 게 가장 큰 바람이다.

물론 관광객을 끌어들여 잠실 롯데월드와 시너지효과를 높이는 것도 건립 이유 중 하나다.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만 따지면 굳이 초고층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롯데 관계자는 "국내 관광사업에 도움이 되는 랜드마크 건물을 서울에 하나 짓고 싶은 게 신 회장의 꿈"이라고 설명했다.

제2 롯데월드 건립에 대한 신 회장의 집념은 남다르다.그는 홀수 달마다 국내에서 계열사의 업무 보고를 받을 때 롯데물산에 반나절을 할애한다.업무보고의 대부분은 미국 솜(SOM)사가 설계한 개발 도면의 업데이트 현황을 설명하는 정도다.그런데도 롯데물산을 우대하는 건 제2 롯데월드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 할 수 있다.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설계 도면만 봐도 흐뭇해 한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그러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을 납득하지 못한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롯데는 1994년 5월 잠실 제2 롯데월드 부지에 대해 '비행안전구역 바깥에 초고층 가능 여부'를 서울시에 질의한 이래 13년 이상 발이 묶인 상태다.공군이 비행안전구역 밖에 위치한 부지는 '군용항공기지법' 상 건축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통보해 왔지만 법이 아닌 서울공항의 '고시'로 인해 건축물 높이가 제한돼 제2 롯데월드 사업은 답보상태다.

롯데는 지난해 11월 건축계획안을 불허한 행정협의조정협의회의 결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달 초 서울시를 상대로 건축허가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내는 등 부당성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롯데가 설계비와 기술검토 용역비 등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400억원을 웃돈다.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제2 롯데월드 사업이 공론화돼 하루빨리 착공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