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갓 들어가거나 한 학년 진급하는 초등생 상당수가 무작정 등교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거나 학교 갈 시간만 되면 두통과 복통을 호소하며 애를 먹인다.

부모로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다.

이런 경우 단순히 꾀병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문제,치과질환,안과질환,정형외과 질환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문제점을 차근차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정신적 문제=어린이의 등교 거부는 학교 자체가 싫어서라기보다는 부모와 장시간 떨어져 있는 게 불안해서 생기는 문제다.

부모가 아이를 과잉 보호했거나 가정 불화를 겪었거나 특별한 사정으로 인해 부모와 아이가 장시간 떨어진 경험이 있을 때 종종 나타난다.

또 △지능 저하 또는 학습 장애가 있거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 부산하고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 △'왕따'를 당하거나 친구와 다툼이 잦은 경우 △우울증 사회공포증을 갖고 있는 경우에도 학교에 가길 두려워한다.

이럴 때 꾸지람이나 잔소리는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역효과가 난다.

불안증 우울증이 심하면 상담치료 놀이치료를 받아본 후 필요에 따라 항불안제 항우울증약을 복용한다.

ADHD는 어린이 3~5%가 겪는 흔한 질환으로 70~80%가 약물로 치료할 수 있으므로 조기에 치료해서 자신감 상실,인성 왜곡,학습 부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변비=새 학기를 맞아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데다 고지방 인스턴트식품 및 패스트푸드 등을 더 자주 먹게 되면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복통이 일어나면 꾀병으로 여기기 쉽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먹고 하루 8~10컵가량의 미지근한 물을 마시게 한다.

쌀밥 요구르트 생선 된장 등 자극이 적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먹이는 것이 좋다.

◆두통=성인의 두통은 스트레스로 인해 어깨와 목 주위 근육이 긴장해 뇌의 앞,옆,뒤통수,정수리를 압박하는 긴장성 두통이 대부분이지만 어린이에게는 드물다.

오히려 위 아래 치아가 잘 맞물리지 않은 부정교합이나 턱뼈 성장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더 많다.

한 쪽 치아나 턱으로만 씹을 경우 턱관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앞으로 튀어 나오거나 마모돼 입을 벌릴 때 소리가 나고 통증이 유발되며 두통으로 번진다.

향후 영구치가 나올 것까지 감안해 치아교정과 치료계획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

◆관절염=어린이는 감기나 폐렴을 앓은 후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면역력이 떨어져 세균이 상처나 음식물을 통해 침투한 경우 관절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감기 후처럼 일과성일 경우에는 휴식을 취하고 내버려둬도 일정 기간 지나면 낫는다.

그러나 세균에 의한 화농성인 경우에는 독소가 혈관으로 들어가 폐와 뇌까지 침투하고 영구적인 관절 변형이나 다리절음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때는 성장통이나 꾀병으로 가벼이 여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 아래 치료해야 한다.

◆코골이=2007년 미국 소아과학회의 통계에 따르면 코고는 어린이는 전체의 10~12%에 이르고 이 중 20~30%는 수면 중 무호흡 질환을 갖고 있다.

수면호흡 장애가 지속되면 전전두엽의 기능이 감소해 의사결정력,집중력,견고한 사고력,동기 부여가 떨어지고 과잉행동장애가 유발된다.

학습에 지장을 초래하고 공격적이고 짜증을 잘 내며 변덕스러운 성격이 형성된다.

체중 감량을 유도하고 코가 충혈되거나 막힌 경우에는 이비인후과 치료를 받는다.

편도나 아데노이드(인두 편도)가 정상보다 큰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안과질환=햇빛을 보거나 밝은 텔레비전 앞에서 눈을 자주 찡긋거리고,졸리거나 피곤할 때 한 쪽 눈이 바깥 쪽으로 돌아가며,이유없이 눈물을 자주 흘리면 사시 때문이다.

이럴 경우 집중력이 떨어져 선생님으로부터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안경을 껴도 시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약시일 가능성이 있다.

사시는 수술로,약시는 한 쪽 눈가림으로 조기에 치료해야 시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이창화 을지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백승희 건양대 김안과병원 안과 교수,이종우 숨수면센터 원장,송상호 강서제일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