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치적 양아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42)가 새 러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난해 12월 메드베데프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가 당선될 경우 자신은 총리로 남겠다고 밝힌 상태여서 사상 초유의 '양두(兩頭)정치 체제'가 구축될 러시아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푸틴 정책 계승할 것"

러시아 대선 메드베데프 압승…"푸틴 정책 계승할 것" 첫마디
블라디미르 추로프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장은 3일 "메드베데프가 70% 이상을 득표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는 17.76%,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지리노브스키는 9.37%를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최연소 대통령이 되는 메드베데프는 앞으로 4년간 러시아를 이끌게 된다.

공식 개표 결과는 7일 발표되며,대통령 취임식은 오는 5월7일 열릴 예정이다.

메드베데프는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록 콘서트에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해 "나라의 안정을 확고히 하고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선거는 헌법에 따라 엄격히 치러졌으며 메드베데프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화답했다.

AP통신은 "메드베데프와 푸틴 대통령이 서로 '좋은 경찰,나쁜 경찰(good cop, bad cop)'의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푸틴이 '강한 러시아' 이미지를 밀고 나가면서 미국과 서유럽에 강공책을 쓴다면 메드베데프는 민주주의와 사유재산 보호,중산층 육성 및 언론 독립 등을 강조하며 이미지 쇄신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가 잡기가 핵심 과제

러시아 대선 메드베데프 압승…"푸틴 정책 계승할 것" 첫마디

하지만 메드베데프에게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특히 경제 고성장 속에 불거진 물가 폭등세 잡기가 최대 과제다.

지난해 러시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8.1%로 전년보다 0.7%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11.9%에 이르며 러시아 정부 목표치(8%)를 크게 웃돌았다.

알렉산더 모로조프 HSB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6.7%에 그치고 2010~2012년엔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고질병으로 지적되는 지나친 관치(官治)경제와 부패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자유주의 성향의 메드베데프는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한 포럼에서 "국가의 경제 개입은 극히 제한돼야 한다"면서 국영기업의 민영화 추진 방침도 천명했다.

푸틴의 그림자에 가려 독자적인 권력 기반이 약하다는 점도 메드베데프에게는 큰 약점이다.

메드베데프는 1991년 공산주의 소련의 해체와 시장경제의 태동을 경험한 세대인 '486세대(40대ㆍ1980년대 학번ㆍ1960년대생)'로 분류되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이끌어 본 경험이 없어 결국 푸틴에게 휘둘릴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