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글로벌 증시가 뉴욕 증시의 등락에 따라가는 동조화가 갈수록 뚜렷해지면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뉴욕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미국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은 제각각이다.

일각에서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모델'을 거론하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1990년과 2001년의 경기침체기'를 상기시키며 경기 침체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므로 주가도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S&P지수 10% 더 떨어진다"

현재로선 전반적으로 추가 하락론이 우세한 편이다.

당장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

작년 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6%에 그쳤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경기침체(recession)에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 유가와 곡물가 등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높아졌다.

금융회사들의 손실은 오히려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UBS는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총 6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시카고대 등은 한발 더 나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문에 따른 글로벌 증시 하락 등으로 금융회사들의 보유자산 평가액이 2조달러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1.5%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골드만삭스는 3일 오피스빌딩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향후 2년간 약 21~26%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이에 따라 상업용 부동산 대출을 해줬거나 이를 담보로 발행된 증권에 투자한 베어스턴스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이 올해 1분기 상업용 부동산과 관련해 총 72억달러를 상각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관론자들은 미국 증시가 1973년 1차 오일쇼크 직후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 때를 닮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피쿼트 캐피털의 바이런 위엔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고 있어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을 동시에 겪었던 1973년 직후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증시 하락률이 50%에 육박했다"며 "S&P500지수는 앞으로 10%가량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1차 오일쇼크 직후 찾아온 경기 침체는 1973년 11월부터 1975년 3월까지 17개월 동안 진행됐으며 이 기간에 S&P500지수는 24.7% 하락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등도 "이번에 경기 침체가 오면 어느 때보다 길고 힘들 것"으로 예상해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하반기에 반등할 것"

그렇지만 바닥론도 만만치 않다. 점차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뉴욕 증시가 월간 기준 6년 만에 4개월 연속 하락했지만 하방경직성이 확보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와 경기부양책 등이 효과를 내는 하반기부터는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금융회사들의 손실 증가도 주춤할 전망이라는 점을 들어 하반기 반등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씨티그룹의 토비아스 레브코비치는 "저축대부(S&L)조합의 연쇄 파산으로 찾아온 1990년의 경기 침체와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야기된 2001년의 경기 침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는 단기간에 끝나고 증시도 반등할 것이란 설명이다.

레브코비치는 "신용 위기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있어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1970년대와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며 "2001년 급락했던 금융주들이 2003년 반등 국면을 이끌었던 상황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인 퍼스트 콜은 미국 500대 기업의 순이익이 올 3분기에 전년 대비 18.6% 증가하고 4분기에는 51.9%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